지금 국내 안경시장을 한 마디로 ‘아수라장(阿修羅場)’이란 말과 어울리는 상황이다.
근래의 안경시장은 아수라장을 뜻하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흐트러진 현장’처럼 오직 혼자 잘 살려는 극도의 이기심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누진렌즈의 반값 할인이 요즘엔 동네마다 눈에 띄는 것을 볼 때 쓴웃음만 나온다. 도대체 언제부터 안경업계가 이런 극도의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을까.
가격파괴에 나선 안경사들은 ‘내 제품을 내가 싸게 파는데 무슨 시비냐’고 말하고, 이에 자극 받은 주변 안경원들은 더욱 가격이 낮은 행사를 벌이면서 끝내 전국의 안경원은 아수라장판이 되었다. 일부 안경사들의 그릇된 이기심이 시장 전체를 망치고, 안경업계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파괴한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혼란이 안경업계에 뿌리내렸을까.
우리나라에 수많은 업종이 있지만 안경만큼 단합이 힘들고 동종 업계인을 적으로 보는 곳도 드물다. 다만 이제는 원인이야 어떻든 해결책을 찾아야할 때다.
일부 안경사들이 ‘지금의 혼란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고,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금처럼 가격파괴가 계속 확산되면 공멸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과도하게 개설된 안경원의 개수가 문제이지만, 그 누구도 폐업할 의사가 없으니 우리 모두 스스로 혁신에 나서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협회는 대국민 건전 유통 홍보도 주요 업무
지금 안경업계는 당장의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안경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안경사협회는 회원들의 이런 화급한 사정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으란 말이 아니다. 단지 ‘지금 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이런 일을 추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라도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제19대 대안협 집행부는 3년 내내 ‘정부 관계부서와 면밀히 접촉 중이며, 업무 특성상 은밀히 추진해야 되기에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회원들은 집행부의 해명이 사실인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실상은 모든 안경사들이 인지하듯이 전임 집행부는 안경사단독법이란 말도 안 되는 허상을 붙들고 보건복지부 사무관과 제대로 미팅 한 번도 갖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전임 집행부가 이처럼 극도로 무능했다면 이제 20대 집행부는 무언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기대 속에 작년에 출범한 김종석 협회장의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회가 회원의 업권을 위해 무슨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또 현안의 가능성은 여부는 어떤지 등을 제대로 알려야한다. 매년 회비를 납부하는 안경사 회원이라면 협회의 활동을 제대로 듣는 것이 당연하다. 또 다수의 안경사가 관심을 갖고 고민하다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현 집행부가 이전보다 회원을 위해 노력하는 사실은 알고 있다. 지난 1년간 이뤄낸 업적만 해도 예전의 그 어떤 집행부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 회원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환자에게 10년 후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답답한 회원에게는 무엇보다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매출에 한숨 짓는 일반 안경사들에게 시장을 파괴하는 일부 안경원에 실질적인 처방,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든든한 대안협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대안협 중앙회의 회원을 위한 노력을 바랄 뿐이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안경사(필자의 요청으로 무기명 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