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안경사 일각에서 일반 단초점 안경렌즈 가격을 최소 10만원 이상 인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터무니없는 요구처럼 들리지만, 일부 안경사들은 국내 단초점 안경렌즈 가격이 미국의 안경렌즈 가격에 비해 500% 이상 저렴해 최소한 미국 가격의 60% 수준인 10만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경사들이 안경렌즈 가격을 인상해야 된다는 근거는 또 있다.
안경원에 설치된 고가의 검안장비로 무료 검안하고, 세계 최상의 각종 코팅이 처리된 안경렌즈를 첨단 옥습기로 제조하는데도 렌즈 가격이 3만원 안팎에 불과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 주장이다.
더구나 국내 안경사들은 일본이나 중국 등과 달리 관련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 자격시험에서 면허증을 취득해 준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만큼 안경사 전문성을 최소한 인정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품질에도 중국•일본 보다 저가 형성
실제로 국내 안경렌즈 가격은 세계 각국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소비재 전문월간지 「Consumer Report」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미국 중서부의 안경 평균가격’ 조사에 따르면 단초점 안경렌즈의 평균가격은 150.6달러(약 16만 5천원), 누진렌즈는 392.6달러(약 4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AR 또는 눈부심 방지코팅렌즈는 75~150달러(약 8~16만원)의 추가요금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안경 조제 시 별도로 약 125달러(약 14만원)의 검안료까지 지불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유학생들이 귀국 시에 안경을 3~4개장씩 맞추는 사실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일본 안경렌즈 가격도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지 「산케이비즈」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현지의 1.74 양면비구면렌즈의 평균 가격은 25,920엔(약 27만원)으로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특히 누진렌즈는 평균 69,978엔(약 74만원)으로 한국보다 적어도 200~300%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 키쿠치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교토에서 3년간 안경사로 근무했던 국내 한 안경렌즈 업체의 관계자는 “일본 안경원에 근무하던 2000년대 초반에 안경렌즈의 최저 가격은 4만엔(약 42만원) 이상이었다”며 “국내 안경렌즈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은 것으로 안경사의 전문성, 또 품질 등을 고려할 때 일반 단초점렌즈의 소비자가격은 최소 10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안경렌즈 가격도 한국보다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의 가격비교 사이트인 ‘허즈비차왕(盒子比價網)’에 따르면 안경렌즈의 중간 가격은 지역마다 가격 편차가 크지만 보통 2백~4백위안(약 3~7만원) 가량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E社와 Z社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안경렌즈 가격은 최소 2천 4백위안(약 41만원) 이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객은 최저 가격 판매에도 안경가격 의심
현재 일부 안경사는 선글라스 고객의 급격한 감소에 뒤이어 공테 고객까지 계속 늘어나는 시장환경에서 안경사 전문성이 요구되는 안경렌즈의 제값받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 불황으로 안경원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위기 상황에서 뒤늦게 안경사의 유일한 업권을 보호받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안경사들은 2021년 올해부터 ‘일반 단초점렌즈의 가격을 최소 1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더 나아가 안경사제도 시행 후 30년 넘게 돌부처처럼 꼼짝 않고 무료 제공해온 안경 조제료, 피팅료의 현실화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월말 온라인의 한 안경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싸구려로 승부할 것인가. 지금도 대부분의 안경 고객들은 ‘돈 많이 벌잖아, 그냥 하나 줘’ ‘아저씨, 이건 1+1 안 해요?’ 등 안경사를 용팔이(폭리를 취하는 용산상가의 상인)로 취급한다’는 자조적인 글을 올렸다.
그동안 안경사들은 수십 년간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채 무료 검안, 무료 조제, 무료 피팅을 펼쳐왔음에도 고객들에게 신소리만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