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사의 촉각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에 집중한 가운데, 의료기사법 제12조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고 있는 헌법재판소(헌재)가 어떤 주문을 낼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헌재의 주문 향방에 따라 안경사의 생존권이 천당과 지옥으로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외직구를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유통업자에게 200만원의 벌금을 처분한 후 ‘개인에게 허용된 콘택트렌즈 해외직구 구입을 유독 국내 유통업자의 해외직구를 통한 판매 행위가 불법이라는 현행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에서 자발적으로 헌재에 현행 의료기사법 제12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한 것이다.
지난 5월 법원서 온라인 판매금지법 헌법소원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을 심의 주문할 때 합헌, 위헌, 헌법불합치의 3가지 중 하나를 정한다.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금지법의 위헌 여부도 이 세 가지 중의 하나로 주문되는데, 헌재가 이 법을 ‘합헌’으로 주문하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불법으로 확정되어 계속 안경사 고유 판매품이 된다.
국내 안경사들이 한마음으로 소원하고 있는 주문이다.
그러나 만약 헌재에서 이 사건을 ‘위헌’이라고 주문하면, 그 즉시 법적 효력이 발생해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현행법이 무효 처리된다.
다시 말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즉시 전면 허용되는, 안경사에게 최악의 결과인 것이다.
또한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로 주문하면 ‘위헌’과 마찬가지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전면 허용된다.
다만 헌법불합치 주문은 예전에 불법으로 처분 받아 지불한 벌금 등은 소급해서 적용받지 못한다.
즉 ‘위헌’ 주문은 이 법을 위반해 처벌 받은 벌금 등을 원상회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헌법불합치’는 처벌받은 부분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헌재는 서로의 다툼을 줄이기 위해 ‘위헌’ 보다 ‘헌법불합치’ 주문을 많이 내리고 있기도 하다.
결국 헌재에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주문하면 그 즉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안경사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맞는다.
‘위헌’ 주문 시 온라인 판매 즉시 효력 발생
헌재에서 주문하는 기간도 특별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 긴급한 사건은 수개월 내에 주문을 내리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헌법소원은 5~6년씩 걸리기도 한다.
또한 대법원은 헌재가 ‘위헌’으로 주문해도 법 적용을 할 때 종종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대법원이 헌재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법률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데 반해, 헌재는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해당 법률이 입법될 때까지 단속을 않거나 시간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결국 헌재에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현행법을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안경사의 업권과 앞날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콘택트렌즈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판매가 허용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안경원에 상상 이상으로 심대한 피해를 줄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전의 한 안경렌즈 제조사 관계자는 “법원에서 흔치 않게 자발적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청했다는 점에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이미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며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허용은 안경사제도의 근본을 송두리째 파헤치는 것이므로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