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의 전기정보공학부 이병호 교수팀이 커다란 헤드셋 형태인 VR(가상현실) 장치의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새로운 VR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VR의 대중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착용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VR 디스플레이의 부피가 큰 이유는 내부 공간 때문으로, 이 공간의 두께를 줄이려면 VR 광학계 렌즈의 초점거리를 줄여야 되는데, 눈과 렌즈 사이에 확보되어야 할 최소 거리(아이 릴리프)를 위해서는 너무 짧은 초점거리의 렌즈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VR 광학계 설계에 착수한 후 지난달 25일 그 결과물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렌즈 배열 VR 디스플레이는 기존 렌즈 외에 2차원 렌즈 배열을 추가로 삽입한 구조로, 2차원 렌즈 배열이란 작은 렌즈들이 병렬로 배열된 광학소자다.
이 광학계 구조에서 아이 릴리프 거리는 그대로 확보하면서 렌즈의 실질적인 초점거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공간을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빛의 편광 상태를 제어함으로써 빛이 광학계의 공간 안에서 앞뒤로 왕복 진행하도록 광경로를 접는(Folding) 기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짧은 물리적 거리만으로 충분한 광경로를 확보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필요한 공간을 추가로 3분의 1 더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이론상 3.3mm 두께의 공간만을 필요로 하는 VR 광학계 설계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패널과 프레넬(Fresnel) 렌즈를 사용하여 제작한 안경형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는데, 이 안경형 장치는 내부 공간, LCD 패널 및 프레넬 렌즈 등 필요한 소자의 두께를 모두 포함해 그 두께가 8.8mm에 불과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방기승 연구원은 “이번에 고안된 안경형 VR 디스플레이는 지난 10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불편한 착용감과 제한된 사용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해상도 등 성능을 더 발전시켜 실제 안경처럼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하드웨어를 구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 해당 기술은 국제특허를 출원한 상태로 제품 생산에 나서는 기업이 있다면 1~2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