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스마트글라스는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을까?
다수의 전문 관계자들은 현재의 스마트글라스에 대해 ‘기능이 쓸 만하면 난해한 외관 디자인과 무게로 외면 받고, 디자인이 세련되면 기능이 몇 개씩 누락되어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이 많다’고 지적하며, 소비자 구매까지 이어지려면 보다 획기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품절 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큘러스 퀘스트2 VR 기기와는 달리 많은 일반 소비자용 스마트글라스는 언론매체와 관련 업계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일부 인플루언서나 블로거들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10년 전부터 줄곧 제기된 이야기여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오랜 세월동안 스마트글라스는 일반 안경이나 선글라스처럼 가벼워졌고, 기능도 번역이나 길 찾기, 전화걸기 등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됐고, 이젠 기술력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의 신제품이 속속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소비자와 스마트글라스 간의 간극, 그 허들은 대체로 다음에 언급하는 몇 가지로 좁혀진다.
독립적이지 않은 스마트글라스
지난 9월 초에 출시된 페이스북의 레이밴 스토리나 샤오미의 스마트글라스, 화웨이 글라스 등의 공통점은 전화걸기, 길 찾기, 사진 촬영, 번역, 음악 듣기 등 나름대로 첨단 기술을 갖췄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없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반드시 블루투스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기에 ‘스마트폰 부가기능 제품’이라는 꼬리표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잠시 놔두고 나가면 스마트글라스는 그냥 단순한 안경이 되고 만다.
앞으로 스마트폰과의 연동 없이 안경이 독자적으로 기능한다면 몰라도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당장 거금을 들여 익숙하지 않은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자체 기능에 제약 많은 스마트글라스
현재의 스마트글라스는 통화와 사진촬영, 음악 감상과 같은 몇 가지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만으로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대부분의 스마트글라스 이용자들은 앱 브라우징, 소설 읽기, 메모 추가 등과 같은 기능을 안경에서 보다 편하게 누릴 수 있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를 갖춘 제품은 아직 없으며 관련 기업들도 당장의 기능 구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마존이 두 번째로 출시한 스마트글라스 ‘에코 프레임’은 말하기와 듣기가 특화된 ‘비서 알렉사’ 기능이 강조됐지만, 구조 특성상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내용이 들려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주를 이루며 판매가 지지부진했다.
페이스북 역시 지난달 레이밴 스토리즈를 출시하며 구글 글라스와 같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하려고 ‘촬영 시에는 작은 LED 표시등이 켜진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언론과 유럽 규제당국은 여전히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경만이 가진 고유한 구조로 인해 스마트글라스로 기능 구현 시에 잇따른 논란과 불편함은 피하기 어려워 개발에 제약이 많은 것이다.
스마트글라스 가격도 100만원이 넘어가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점차 보급형으로 300~600달러(약 36~72만원) 선에서 차츰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인식하는 안경 평균가와 비교해봤을 때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 또는 추가된 기능 몇 가지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스마트글라스를 구매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은 것이다.
여러 제약에도 스마트글라스는 뜬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 이외에 부족한 배터리 시간, 적응 문제 등 사용성이 불편한 것도 걸림돌이고, 지금껏 대중에 공개된 스마트글라스가 터무니없이 고가격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혹평과 외면이 잇따르고 있다.
스마트글라스가 막상 까보면 별것 아닌 제품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일부 관련기술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거나 구글 등의 기업은 제품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도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만으로 스마트글라스의 미래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근 저전력 고성능칩의 개발에 이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초소형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자사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글라스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재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광학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의 격차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가파르게 좁혀지고 있다”며 “‘스마트글라스가 시장에 진출하는데 5년, 소비자 시장에 입성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고, 시장 진입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IDC를 비롯한 시장조사업체의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스마트글라스의 출하대수는 2019년에는 20만대에 불과했지만, 애플의 스마트글라스 예상 출시 시기인 2022~23년을 기점으로 2024년에는 약 411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년 내 스마트글라스 개발 경쟁 격화
현재 삼성전자,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샤오미 등 세계 글로벌 IT기업들은 빠짐없이 스마트글라스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 7월 ‘향후 5년 내 페이스북을 AR, V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지난달 말에는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은 최첨단 안경으로 순간이동을 하듯 고객을 방문하거나 출근해 향후 5~10년 이내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원격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 관계자는 “당장은 부족하지만 2~3년 내에 2%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줄 스마트글라스들이 잇따라 선보일 것”이며 “피처폰이 사라지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2015년 사용률이 1%였던 스마트 워치가 세계 시계시장을 석권했듯이 끝내는 안경도 스마트글라스로 대체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보급품이 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제 국내 안경사는 단순한 안경에서 첨단 기능과 패션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글라스가 상용화될 때까지 안경원과 업계는 어떻게 변화해야할 것인지, 어떠한 준비와 고민을 해야 되는지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에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