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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하게 잘 보이는 안경만들기 70년(2)
  • 강현식 교수
  • 등록 2014-04-15 13: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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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력 교정해도 좌우안의 폭주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으면 눈 피로 지속… 근용 PD 좁아야 폭주량 절감으로 편안한 시야 확보
■ 눈을 나쁘게 하는 안경

가령 A씨라고 해두자. A씨로부터 친구의 소개를 받았다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안경을 가지고 있지만 두 눈으로는 보기 매우 힘들다.

한쪽 눈씩 보면 잘 보인다”고 하는 것이었다. 대학병원에 가보았지만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한쪽 눈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A씨가 사팔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렇다면 안경으로 어쩔 수가 없다. 본인에게 방문해도 도움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해서 방문을 허락했다.

약속한 날 나타난 A씨는 55세라고 말했지만 눈이 불편한 탓인지 나이보다 많이 늙어보였다. 즉시 안경을 보고 검안을 시작했다.

망막위축이 보였다. 망막은 일종의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곳으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것은 오로지 영양 등 몸의 내부에서 오는 질환으로 안경원에 있는 본인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 망막 위축은 대학병원에서도 지적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A씨의 눈은 완전 사시는 아니었다. 약간 밖으로 벌어지는 사위가 있어서 수평과 상하 각각 4도의 편위가 있었다.

상하로 이 정도의 편위가 있는 것은 드물다. 원래 상하근육은 약한 것으로 이러한 차는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A씨가 쓴 안경은 반대로 되어 있었다. 안경의 PD는 75mm였다. 그런데 잠복성외사시(외사위)가 있는 A씨의 기하학적 PD는 62mm였다. 좌우의 렌즈 중심을 연결한 거리는 75mm. 그러나 A씨의 실제 양안의 동공간 거리는 62mm 밖에 되지 않는다.

즉 A씨는 이 안경을 쓰고 물건을 볼 때 렌즈의 중심에 눈의 중심이 맞지 않는다. 렌즈의 안쪽을 통해서 보게 된다.

볼록렌즈는 중심이 가장 두꺼워 중심보다 안쪽의 빛은 렌즈의 중심을 향해서, 즉 밖을 향해서 굴절한다.

좌우의 주시선이 각각 밖으로 향해 꺾인다. 이것으로는 보이는 것도 안 보인다. 적어도 안경의 PD가 A씨의 기하학적 PD와 같은 62mm이면 안경을 써도 양안시를 할 수 없는 어이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잠복성외사시가 있으므로 그 경우는 눈을 안으로 쏠리게 해서 피로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러스렌즈는 중심의 밖에서는 시선을 안쪽으로 쏠리게 하므로 프리즘 작용의 도움으로 그 나름의 양안시를 할 수 있는 안경이 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원시용 안경에서는 그 사람의 기하학적 PD보다 렌즈의 광학적 PD가 좁은 쪽이 무난하다. 볼록렌즈의 중심보다 바깥의 주시선은 렌즈의 두꺼운 쪽으로 향해, 즉 중심으로 향해 굴절하기 때문에 좌우의 주시선은 만나기 쉬워진다.

반대로 근시용 오목렌즈에서 렌즈의 PD는 안경 쓴 사람의 PD보다 넓거나 혹은 동등한 정도가 무난하다.

렌즈의 PD가 넓어지면 오목렌즈의 안쪽을 지나는 주시선은 좌우 각각 안쪽을 향해서 굴절하기 때문에 주시선은 만나기 쉬워진다.

물론 제대로 된 기하학적 및 광학적 PD검사가 대전제이지만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마이너스 원용안경에서는 렌즈의 광심간거리가 동공거리보다 약간 좁은 것이 좋다.

그런 경우는 원방시하는데 개산 없이 약간의 폭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또 마이너스 근용안경에서는 근용 PD보다도 광심간 거리가 약간 넓은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폭주력이 다소 절감되기 때문이다. 단 원용 PD보다도 넓은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원방시도 꾀하게 되기 때문이다.

플러스 원용안경에서는 원용PD보다 렌즈의 광심간거리가 약간 넓은 쪽이 괜찮다. 그 쪽이 약간의 폭주로 원방시가 되기 때문이다. 또 플러스 근용안경에서는 근용 PD보다 넓은 것은 좋지 않다. 근용PD가 좁으면 폭주량이 절감되므로 눈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의 경우는 반대로 되어 있었다. 이것으로는 한쪽 눈으로 보는 편이 잘 보인다고 말할 것이다.

최초 전화로 그 말을 들었을 때 이것은 완전 사시라고 생각되어 안경원을 방문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사시가 아니라 단지 안경의 불량으로 인해서 한 쪽씩 눈으로 본다고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의 안경은 매우 유명한 안경원에서 만들었다. 3번이나 대학병원에서 검안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병원에서는 문제의 안경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저에서 볼 수 있었던 망막위축에 관한 지적과 건강에 대한 지도는 있었지만, 정작 사용 중인 안경에 대한 지도는 전혀 하지 않고 중요한 폭주문제를 해결할 안경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완성된 안경의 렌즈 중심은 반대로 넓어져 있었다.

상하와 수평의 폭주기능에 문제가 있는 A씨의 눈에 광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안경이 망막위축의 원인으로 될 가능성도 생각해보자. 장래의 결과를 보지 않으면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본인의 안경원에서 만든 안경이 잘 보인다고 기뻐한 A씨의 망막위축은 이것으로 해결되었는지도 모른다.

■ 어렵지 않은 폭주검사

폭주야말로 안경을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폭주검사에 고가의 장비나 고도의 광학적 이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한 세트의 검안렌즈만 있으면 그것으로 폭주검사가 가능하다. 폭주의 잠복성 오차가 있는지 어떤지 그것을 알기 위한 것이라면 손가락 한 개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를 시력검사와 함께 실시하면 눈 나쁜 사람에게는 편리하다. 잠복성사시, 특히 상하 오차가 있는 경우에는 눈이 대단히 피로하지만 그 원인도 밝혀진다.

검사는 간단해서 방법만 알면 조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몇 백 명 단위로 검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문제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은 본격적인 폭주검사를 받아야 한다. 요점은 폭주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물론 안경을 착용할 사람의 폭주를 정밀하게 계측하고 그것을 렌즈의 설계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과 지식, 기기가 필요하며 책에 있는 폭주라는 지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안경학 교재에는 폭주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고 안과의사라면 이 문제에 관하여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안경을 만드는데 활용하기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당연히 확실한 지식과 안경조제의 경험을 가진 안경사가 취급하게 되지만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만든 안경은 그렇게 싸지는 않다.

안경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한 장사로써 생각하면 폭주 등을 고려해서 만든 안경은 당연히 비싸게 받아야 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안경이 일반 상품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는 인식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하여 안경 값을 비싸게 받는다면 안경 쓰는 사람은 울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시력이 교정될 수 있어도 좌우안의 폭주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으면 눈이 피로하고, 그 결과 몸 전체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안경은 결코 잘 보이는 안경이라고 할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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