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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터지는 C/L 판매… 부담 털고 적극 대응해야
  • 천수봉 기자
  • 등록 2011-05-03 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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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사… 법적 한계로 C/L 단순 판매만 수행 → 학계… 올바른 C/L 선택 위해 눈물검사 등 소비자에게 최선의 정보 제공 중요
# 1. 김 모(33) 씨는 이미지 변신을 결심하고 콘택트렌즈(C/L)를 구입할 목적으로 지난 2월 한 안경원을 찾았다. 심한 난시를 보이고 있는 김 씨는 안경원에서 간단한 시력검사를 마치고 소프트 토릭렌즈를 구입했다.

김 씨는 구입한 C/L 착용 후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점을 느꼈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안경사의 말을 믿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김 씨는 구입한 C/L을 착용한지 3일이 지나도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현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자 안경원에 재방문했다.

안경사는 김 씨에게 “새 C/L에 적응하는 기간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계속 그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다른 C/L로 교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뒤 눈에 통증을 느낀 김 씨는 안과에 방문해 진찰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눈물량이 많지 않아 C/L 착용에 부적합한 상태며 각막 뒤틀림이 진행됐으니 C/L 착용을 중단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김 씨는 “눈물이 적으면 C/L 착용을 피해야 한다는데, 이에 대한 주의도 없이 도수만 맞는 C/L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2.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3월 귀국한 최 모(42)씨는 최근 C/L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한 안경원을 방문했다.

귀국 직전 미국에서 새 누진다초점렌즈를 구입한 최 씨는 최근 C/L을 착용한 채 야간 운전을 할 경우 가로등 불빛에 의한 플레어 현상과 함께 근거리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점 등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잘못된 피팅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 묻는 최 씨에게 안경사는 잘 모르겠다며 안과를 방문해 상담할 것을 권했다. 더구나 귀찮다는 듯 최 씨의 질문에 대해 친절하지 않은 안경사의 태도도 마음에 거슬렸다.

최 씨는 “안과는 퇴근 이후에는 진료를 마감해 상담을 받기도 힘들다”며 “한국 안경사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안경사법 모르는 소비자들… 애꿎은 안경

C/L 착용자들에게 전문가로서 필요한 적절한 조언과 대처를 하지 않고 단지 판매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일부 안경사들의 행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C/L 판매 시 소비자들에게 착용자의 시습관 및 안구 상태에 따른 정확한 검사와 올바른 렌즈 피팅법 등에 대한 조언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C/L 착용에 따른 부작용 등을 외면시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경렌즈와 달리 인체의 각막에 직접 접촉하는 C/L은 렌즈 선택 단계에서부터 각종 검사를 통해 착용자에게 최적화된 C/L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착용자의 시습관 등에 대한 문진, 굴절검사, 안질환 관련 일반검사, 양안시 검사, C/L 착용 후 안구 내 움직임 검사 및 소비자 상담 등이 C/L 구매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안경사들은 소비자들의 C/L 선택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필요한 C/L 소개 또는 상식 수준에 그치는 보존•관리•세척•소독법 등을 설명하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의 족쇄 조항 해소 시급

이처럼 안경사들이 C/L에 대해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현행법상의 제약 때문이다. 여러 가지 법적인 제한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기법) 시행령 제2조 8항은 ‘안경사는 시력보정용 안경의 조제(콘택트렌즈의 조제를 제외한다) 및 판매업무에 종사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어 안경사의 콘택트렌즈 처방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자칫 C/L 구매자에 대한 안경사의 검사 및 진단행위 등을 안경사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안경사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안경사는 “C/L 피팅은 고사하고 착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에게 각막염 증상이 보인다며 당분간 착용을 피하라고 조언하는 것조차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경사들이 C/L 착용자를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은 안경사의 전문가로서의 위상과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법적인 제한이 있더라도 국민의 눈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로서 한 사람의 착용자(환자)에게라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안경사협회 마기중 교육부회장은 “소비자의 C/L 부작용 등에 대한 진단 및 조언 등이 의료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안경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의료기사인 안경사들은 꾸준한 교육을 통해 C/L 관련 제반 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국민의 눈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C/L 구매 고객에게 최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L 처방시 정당한 대가 확보도 중요

소비자에게 적합한 C/L을 추천하려면 각종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무상 서비스로 간주하는 풍토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안경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C/L 선택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검사비 또는 자문료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할 안경사들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프트렌즈 위주로 판매되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안경사들이 정확한 시력검사과 처방을 무상으로 서비스할 이유가 없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소비자 광고 등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어 소비자들 다수가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를 직접 찾는 실정에서 안경사들이 아무런 유익도 없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다. 여건상 단순 판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을지대학교 안경광학과 이군자 교수는 “안경사들은 소비자들의 올바른 C/L 선택을 위해 현행 의기법을 위반하지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눈물검사, 굴절검사 등 일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며 “C/L 판매와 처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풍토가 정착된다면 대부분의 안경사들이 소비자들의 올바른 C/L 선택을 위해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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