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4대 안경산지의 하나로 꼽히던 대구지역 안경테 산업이 급속히 침체되고 있다.
십 수 년 전만해도 튼튼하던 안경제조 기반이 이제는 나사 하나도 제대로 구하기가 힘들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예전 같으면 안경테 코팅이나 도금의 경우 이틀이면 충분하던 생산 여건이 이제는 일주일이 소요될 정도로 대구지역 안경 제조산업 전체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염려하던 대구 안경산업 인프라 붕괴가 코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 결과 대구의 많은 안경 제조업체들은 안경테 생산을 포기, 이미 수년 전부터 안경부품의 대부분을 중국 등에서 수입해 단순하게 조립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대구 3공단’하면 의례히 따라붙던 ‘메탈테 최고 기술력과 인프라 보유 도시’라는 말이 과거 속으로 묻혀버린 것이다. 더구나 문제는 대구 안경산업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세계 4대 산지 대구안경 인프라 ‘흔들’
대구지역의 안경제조 환경이 열악해지는 수치는 통계청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6년도에 대구지역의 안경부품 업체는 340곳이었으나 10년 뒤인 2016년에는 232곳으로 약 32%가 감소한 것이다.
대구 3공단에서 30년 넘게 안경 도금공장을 운영한 어느 대표는 “대구에서 안경을 만드는 제조업체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매우 어려운 상태로서 이제 대구 안경은 내리막길만 남아 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대구의 유명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대구에 국산 안경부품이 사라지고 중국산 부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한 마디로 품질력과 단가에서 국산품의 경쟁력이 뒤쳐진 것을 증명한다”며 “90년대 초부터 룩소티카와 사필로 등 세계 최고 안경업체들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운 결과, 이제는 국산 안경이 중국의 안경 제조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중국산 안경이 결코 저질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2016.12).
안경 판매의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선의 안경사들도 이제는 중국산 안경테가 흠이 없고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안경사들은 ‘10년 전에는 국산 안경테의 품질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품질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대구의 안경테 공장의 대부분은 생산보다 중국과 유통업체의 중간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메탈 프레임의 경우 생산 난이도가 높은 부품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대구 조립공장은 부속품 조립을 거친 후 용접이나 도금 등 후공정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다.
어느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생산품의 50% 이상을 대구에서 처리해 국산이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산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공단의 한 안경공장의 책임자는 “국산 안경제조 산업을 회생시키려면 정부의 지원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국내 제조환경을 개선하려면 일차적으로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고, 이와 동시에 제조업체는 신소재 개발 등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구의 안경 제조산업은 장기간의 불경기 여파로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는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