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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테 무료 A/S에 중병 앓는 제조•유통사들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4-06-16 12: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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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 A/S의 부담은 오로지 제조•유통사의 몫으로 월평균 A/S 비용 수백에서 수천만원 지출… 안경의 품질보증기간, A/S의 명확한 기준 서둘러야
안경테 제조 유통업체들이 A/S(After Service)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경테의 A/S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불황으로 A/S를 부담하는 제조 유통업체들의 피로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안경업계의 A/S 부담은 오로지 제조 유통사의 몫이다. 일본 같은 나라는 안경테의 작은 수리나 부품 교환을 유상 처리하고 있지만, 국내는 오랫동안 무료 A/S 관행이 이어지면서 제조 유통사들의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대구의 한 대형 안경 제조업체는 매월 안경테 수리와 발송료로 평균 3천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기도 하다.

수익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AS를 부담하다보니 죽을 맛이다.

국내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매달 수 백 만원에서 1천만원 이상 A/S비를 지출하고 있다. 수입업체도 마찬가지여서 큰 곳은 4~5백만원부터 적게는 1~2백만원의 수리비를 매월 부담하고 있다.

특히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A/S 의뢰가 더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금전적인 고통은 엄청나다.

어쩌다 안경원에서 소비자 과실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엄포도 감수해야 한다. 안경테 업체로서 어쩔 수 없이 울면서 겨자 먹기로 처리하는 것이 안경테 A/S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제품의 문제로 불량이 생긴 것이라면 당연히 무료로 고쳐주겠지만 고객의 과실로 생긴 수리까지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제품단가에 A/S 비용도 감안해 출시하고 A/S 기한을 명시하기는 하지만, 안경원이나 소비자들은 무조건 제조사에 A/S를 전가시키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품 특성으로 품질보증기간 유명무실

단순하게 산술적인 계산만 해봐도 A/S가 제조사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구에서 일반 메탈테 한 장을 생산할 때 필요한 제조원가는 1~2만 원 가량인데, 안경테 제조 특성상 협력 하청업체에 의뢰하는 용접비는 장당 3~5천 원이다.

즉 A/S 비용이 제조원가에 40% 가깝고, 이외에 배송료와 직원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A/S가 제조업체의 부실화를 재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안경테 업체 대부분은 적게는 1명부터 많게는 서너 명의 A/S 담당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안경테 수리 의뢰서를 기록 분류한 후 이를 수리업체에 전달하고, 또 수리된 안경테는 수리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포장해서 안경원에 전달한다.

단순해 보이는 안경테 수리가 수없이 많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안경 A/S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업계의 시급한 사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조사가 부담해야 되는 무상 A/S 기간도 문제가 많다. 즉 안경테의 품질보증기간이 훨씬 지난 5~10년된 안경테도 소비자와 안경원의 요구대로 무상 처리해주는 일이 비일비재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에는 ‘품질보증기간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해 품질보증서에 표기한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 국내 안경 제조사들이 품질보증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안경테의 특성상 소비자가 제품 구입한 지가 비록 1년이라도 업체에서는 3~4년이 지난 시점에 판매한 안경테까지 품질보증 기간으로 정하는 것은 애매하다는 점이다.

품질보증기간은 제조업체에서 제품이 출시된 날부터 기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한 날부터 기산하기 때문에 안경원에 구입한 날짜가 10년 전이라도 A/S료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 날짜부터 계산해 품질보증기간을 정한다.

만약 보증기간 내에 있다면 제조사의 무상 A/S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단종된 제품의 수리를 의뢰받았을 경우 부속이 없어서 새 안경테로 보내는 경우까지 생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해당 제품의 판매일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A/S를 의뢰받아도 제대로 항변도 못하고 고스란히 그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 하자 부분에 책임 소재 분명해야

그동안 안경테의 A/S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는 종종 있어 왔다. 대구의 한 중견 생산업체인 A사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자체적으로 A/S 기준표를 마련해 거래 안경원에 발송한 바 있다. 이 기준표는 훼손된 안경테나 선글라스의 수리 가능성 및 비용 등을 표준화한 것으로써 무상 A/S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였다.

처음 이 기준표를 적용할 때 일부 안경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심지어 구입제품 전량을 반품하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거래 안경원과 단절까지 감수하면서 A/S료를 적용한 결과 5년이 지난 지금은 서서히 무상 A/S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품질보증기간을 6개월로 정해 기한이 경과하면 유상으로 처리하고, 택배비용도 안경원과 반으로 나눠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9월에는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센터장 손진영, 지원센터)에서 나서기도 했다. 지원센터가 대구 안경테 제조업체들의 고충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의 안경원과 제조업체를 연계하는 한국안경A/S중재센터(중재센터)를 설립시킨 것이 있다.

안경업계의 피팅 및 수리비 현실화를 위해 안경 A/S 표준안을 만들어 전국에서 보내오는 A/S 제품을 받아 제조업체로 보내면서 수리비를 현실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중재센터는 안경원과 제조업체의 외면으로 설립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제조업체와 지원센터가 A/S 개선이란 목표로 야심차게 시행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것은 그만큼 안경업계 무상 A/S의 벽이 두껍고 높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많은 제조업체들은 (사)대한안경사협회(회장 이정배, 대안협)나 지원센터 등 안경 유관기관이 A/S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길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안협 등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손잡고 그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소재한 한 국산 하우스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계속 간다면 ‘안 만들고 안 파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란 제조업자들의 한탄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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