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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의 변천사(2)… 영양탕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7-08-31 1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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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는 시대적 변화가 주는 영향이 어떤 분야보다도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영양탕의 본디 이름은 개고기였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애오라지 인력으로만 논밭을 돌봐야하는 농촌의 사정은 영양실조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겨레나 이웃끼리 조금씩 갹출하여 누렁이 있는 집의 개를 잡아 고기를 나누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는 적비황구(赤鼻黃狗)가 최고였다. 이러한 한 여름 개고기 추렴(出斂)이 보신탕의 효시가 되었다. 보신탕은 전문식당으로 고기만 삶아 상에 얹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당당한 전문식당으로 요리상을 차려 놓는 것이다.


구미(口味)는 인()이 박히는 법인가. 몇 번 맛들인 보신탕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니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6.25 동란 이북 피난민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영양과 기호(嗜好)로 제일 먼저 선착된 곳은 법원 근방에서부터였다. 대구에는 공평동, 부산에는 토성동 주변에 전문식당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보신탕은 글자그대로 보신이 보장되는가? 끝까지 캐내는 통계를 잡아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먹고 난 후의 뒤탈이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얹히거나, 막히는 소화에 뒤탈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요리화된 보신탕은 방아, 부추, 생강, 산초 등을 쓰는데 마늘은 없다. 열이 강하거나 세다고 해서란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 볼 일은 40대 이하 고객은 전무하다는 것. 대부분의 50~60대들이라는데 문제가 없지 않다.


보신탕이 영양탕으로 간판이 바뀌면서 전문식당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애견족들이 국제여론을 일으켜 개고기 먹는 것을 야만시하면서 보신탕 간판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영양탕이라는 간판도 후미진 뒷골목에 비스듬히 붙어 서있는 현실이 지난날의 성황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대신에 외국에서 들여 온 애완용 견종이 아파트촌 공터를 잘랑잘랑 잰걸음으로 누비고 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토종인 삽살이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리 커도 강아지 이름을 뗄 수 없는 개새끼 같은 종을?


국산 견종에 기시감(旣視感)이 들어서 일까, 애완은 몰라도 반려로 익히기까지는 많은 시간, 아니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는 식용견(食用犬)이 따로 있다.


무조건적으로 애견의 입장에서만 서지 말고 견종도 감안함이 타당하지 않을까싶다. 안아주고 싶고 쓸어주고 싶은 견종은 외제만이 아니다. 국제화가 외국견을 대량수입해 애완이니 반려니 하고 외국산 일색으로 갈 것이 아니라 국산견도 잘 개발하여 반려동물로 승화시켰으면 한다.


영양탕 역시 기술 위주와 여론에 치우쳐 즉흥적인 기획에 머물지 말고 우리의 음식문화로 발전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연령대로 보아 영양탕 애호가들은 대를 잇기가 힘겨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장점을 살려 우리의 음식문화도 세계 속에 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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