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중견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T사, I사가 폐업한데 이어 L사도 정리단계에 들어가는 등 제조사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
2001년 초반 SBS의 월화드라마 ‘여인천하’에 블랙 서클렌즈가 등장하면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미용렌즈로 급속 성장하던 콘택트렌즈 생산이 지금은 저가격에 따른 경영 부실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의 경영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업체 간의 출혈경쟁도 큰 이유지만, 무엇보다 컬러와 원데이 콘택트렌즈가 안경원들의 가격경쟁 대표상품이나 미끼상품으로 전락해 납품단가가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고래싸움(안경원)에 새우(제조업체)의 등이 터진 것처럼 안경원의 계속되는 가격경쟁에 따른 납품가격 하락으로 제조환경이 크게 열악해진 것이다.
현재 수도권에 소재한 안경원에 납품되는 컬러•서클렌즈의 평균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가까지 떨어져 있다.
어린이들 과자 값도 안 되는 이 가격에는 포장 팩과 렌즈 도수를 표시하는 인쇄비, 라벨 부착 등 부자재 가격이 40~50% 이상 차지하고, 여기에 인건비와 전기 수도 등 제세공과금과 발송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의 반품 착불비까지 계산하면 내수 콘택트렌즈의 수익은 ‘0’에 가깝다.
그 결과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반품되는 콘택트렌즈의 택배비도 부담되어 안경원에서 자체 폐기를 바라고 있지만 콘택트렌즈가 산업폐기물이어서 안경원에 부탁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품질이 우수한 국내산 콘택트렌즈가 국내에서는 안경원의 고객 유인용 미끼상품으로 전락해 반품 택배비까지 걱정할 만큼 경영이 악화된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이 버텨온 것은 유럽 등 외국에서 국산 콘택트렌즈의 품질을 인정해 수출 단가가 국내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수판매에서 발생한 손해를 수출로 메꿔온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진 것은 수년전부터 저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수출량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콘택트렌즈의 수출은 8천 6백만달러(약 1,184억원)로 2023년 5월의 9천만달러(약 1,239억원)에 비해 5.2% 하락했다.
이에 반해 수입은 지난 5월에 7천 4백만달러(약 1,019억원)로써 2023년 5월의 7천 2백만달러(약 991억원)보다 3.5% 증가했다(그래프1 참조).
수출이 줄어드는 대신에 수입은 늘어나는 무역역조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출로 버텨오던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점차 수출 환경마저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의 점유율은 한국존슨앤드존슨비전의 48%를 비롯해 외국계 업체들의 비중이 총 87%이고, 국내 제조업체들의 점유비는 13%에 불과하다(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발표).
헌재 ‘합헌’ 결정으로 가격경쟁 아닌 가치 경쟁해야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 금지’를 정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12조 제5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안경원은 콘택트렌즈를 단독 판매하는 단단한 토대를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콘택트렌즈를 안경사만 단독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굳이 콘택트렌즈를 할인경쟁에 내몰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최첨단 기기를 설치•운영하며 생산하는 콘택트렌즈의 판매 권한을 가진 안경원이 이제는 가격경쟁보다 주요 수익원으로 전환시켜도 문제가 없도록 법으로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콘택트렌즈에 독점판매 권한을 가진 안경원이 국내산 콘택트렌즈를 보호•육성할 근거가 확보된 것이다.
현재 국내산 콘택트렌즈의 내수 판매 루트는 안경원에 한정되어 있다.
또 대다수 국산 제조업체들은 내수를 거의 포기한 채 수출이나 체인업체의 PB 납품에만 의지하고 있다.
대한콘택트렌즈제조협회의 안성호 회장은 “국내의 모든 물가와 함께 콘택트렌즈의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이 급격히 인상되었음에도 콘택트렌즈 납품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의 제조환경 개선을 위해 최소한의 납품단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회장은 “특히 장기불황으로 안경원도 힘들겠지만, 동종업계의 상생을 위해 빈번한 반품이나 착불 택배는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가운데, 지난 3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콘택트렌즈의 독점적 판매권을 부여받은 안경원이 앞으로는 가격경쟁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시킬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