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선동열 선수는 ‘공은 팔이 아니라 다리로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산 롯데자이언트를 4번씩 정상에 올려놓았던 최동원 선수는 공을 던질 때 왼발을 이마까지 올린 후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공을 던져 선동렬 선수의 말을 실감나게 했다.
미국 프로야구 다저스의 만년 에이스인 커쇼도 공을 던질 때 다리를 힘차게 올렸다가 뻗으면서 공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협회의 회무도 마찬가지다.
언뜻 생각하면 안경사의 업권 확대를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자주 방문하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실제 안경사의 업권을 쥐락펴락하는 곳은 국회가 아닌 정부의 행정부처다.
겉으로 보면 국회가 안경사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안경사의 크고 작은 정책은 행정부에서 취사선택한 것을 국회에서 뒷심만 발휘할 뿐이다.
아무리 실세 국회의원이 밀어붙여도 담당 공무원이 ‘국리민복’의 명분을 내세워 고집을 부리면 한 발짝도 못나간다.
그만큼 우리나라 공무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인 업무를 대통령을 대리해 수행한다는 자부심으로 복무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수십 년간 협회와 국회를 지켜봐도 안경사 업권을 더하고 빼는 여탈권(與奪權)은 행정부가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안경사의 숙원사업은 거의 모든 정책이 안과단체와 그물처럼 얽혀있다.
안경사보다 힘이 센 상대단체의 실력자들이 국회와 행정부에 도사리고 있어서 무엇 하나 안경사 마음대로 쉽게 처리할 수 없다.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허용이나 안경 의료보험화, 안경 조제료 청구 등 안경사의 현안을 해결하려면 국회 못지않게 행정부나 상대단체를 먼저 찾아가 소통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성사 가능성이 높다.
또 안경사 업권을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내부의 문제부터 먼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연만 넓힌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안경사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도 치밀하지 못한 준비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많은 안경인들이 친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옆집 세탁소나 식당가게 사장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마구잡이로 안경원에 근무한 것처럼 만들어 안경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었다.
그 결과 지금도 안경원의 과다개설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세상일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 같아서 어느 한쪽만 치중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옷감을 짤 때도 가로 방향의 씨실과 세로 방향의 날실이 서로 오차 없이 맞물려야 좋은 원단이 되듯이 국회와 행정부, 또 상대단체 인사를 균형 있게 자주 만나서 소통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협회 회무가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대 젊은 나이에 여진을 정벌한 남이장군이 말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도 귀담아 들을 말이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