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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甲論乙駁) (2)
  • 편집국
  • 등록 2013-11-15 1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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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해서 성서는 서너 가지로 얘기하고 있다. 그 첫째는 깨닫는다는 ‘각성’, 둘째는 ‘준비’이고 ‘아끼다’는 것이 세 번째다.

그런데 시간을 가장 서투르게 사는 자가 그것이 짧다고 불평한다. 인간에게 시간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들이 상호계기(相互繼起)를 이루는 시간의식 순서에 의거해서 나타난다고 본다.
인간이 사건들을 세월 속에 온축(蘊蓄)시킨 것이 역사라면 역사도 여러 갈래가 있다고 본다. 작가 이병주 씨가 말했듯이 인간사가 태양에 비추면 정사(正史)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야사(野史)가 된다고 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구전(口傳)으로 맴돌아 건너뛰며 기억되는 비사(秘史)가 있다. 아무리 분명한 역사라도 시간의흐름 속에 씻겨 내려가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전설이라도 뭇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아끼고 키우는 동안 어느 사이에 역사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1964년 겨울, 서울 중구 다동의 다옥여관에 한 달 넘게 박춘근(朴春根) 씨와 함께 투숙한 일이 있었다. 이 분은 나의 칠촌숙되는 분과 이북에서 신의주 유치장에 함께 묶여있던 인연이 부산에서 다시 해후하게 됐다. 평북지방의 유일한 정주평야에서 많은 옥답을 가졌던 이른바 지주로서 오산고보를 졸업한 인텔리였지만 지주였다는 숙청 대상으로 감옥에 들어가, 친일파로 묶여 온 나의 숙부와 인연이 됐다. 불행히도 박 선생은 간수와 실랑이 하다가 날카로운 양은 식기에 눈이 찔려 한 쪽 눈이 실명되는 불행을 겪게 됐지만 평양으로 숙청되어 나왔다가 유엔군이 후퇴와 함께 남하한 월남 피난민이지만 부인이 고아원 경영으로 당시로서는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분이 들려주는 얘기인즉슨, 일제 때 방응모(方應謨) 씨가 평북 정주 동아일보 지국장을 지냈는데 구독료를 본사에 보내지 못해 결국 화를 당하게 됐다나……. 본사는 ‘甲’, 지국은 ‘乙’의 불평등한 계약이지만 알고 한 일이라 해고에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약자의 울분이 가셔진 것은 아니었다. 경성(京城)에 도착, 육조(六曹) 앞 광화문 앞에서 빈속에 탁주로 채우고 ‘내가 만약 억만금이 있으면 네 건물 앞에 네 것보다 더 큰 집을 지어 신문사를 하겠다’고 고래고래 객기를 부렸다. 이때 객기가 오기로 전환된다. 항산에 항심은 뒤집자, 항심에 항산(恒産)을 찾아가자…. 평북 삭주다리골에서 노다지(no touch)를 캐냈다. 민족의 스승 도산선생을 찾아갔다.

‘자네는 뭣 하고 싶은가? - 그저 ok - 뭐? - 그져 신문사 하구 싶어요.’
1932년 경영난에 있던 조선일보를 계초(啓超) 방응모는 고당(高堂) 선생을 사장으로 모시고 춘원(春園) 이광수를 부사장으로 영입, 민족지를 훌륭히 키워 나갔지만 애석하게도 6. 25 때 납북되고 말았다.
인간의 역사를 개인의 인격화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의 일화는 비사지만 관서(關西) 사람들에겐 다 알려진 역사의 뒷얘기다.

출처: 옵틱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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