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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안경테 공장들 12월 대란설 ‘모락모락’
  • 신지훈 기자
  • 등록 2013-12-16 13: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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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매 판매 하락 → 도매 부진 → 생산 공장 경영 악화 ‘도미노’… 뿔테 유행으로 사출 공장 우후죽순 설립 → 과잉생산으로 판로 암울
 
안경원의 매출 부진이 제조공장으로 번지면서 대구의 안경테 공장들이 몸살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영세한 안경테 공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심지어 대구 생산현장 일각에서는 올 12월에 TR생산업체와 사출업체 대부분이 줄폐업하는 ‘대란’에 빠질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뿔테 중에서도 제철을 만나 한창 팔려나갈 TR테까지 ‘한 장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심각한 출고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안경원의 매출이 9월부터 급격히 줄어들더니 12월에 들어서면서 공장 출고율이 전년보다 70% 이상 떨어졌다”며 “솔직히 요즘 같으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고글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도매업체 관계자도 “예전에는 스키시즌이 시작되면 멋진 고글을 구매하던 모습이 가끔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안경원에서 고글을 구입하는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며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서 부수적 소비 아이템인 스포츠글라스와 고글 판매가 실종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악의 출고 사태에 빠진 대구 지역 제조 관계자들은 생산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대구의 한 TR테 생산업체 대표는 “이런 불경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앞으로 몇 안되는 직원까지 다 내보내고 혼자 안경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안경공장 침체가 단순히 불경기 여파라고 단정 짓기에는 여러 복합적 문제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 대구 지역 안경테 제조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대구의 A제조업체 관계자는 “‘착한 가격’을 내세운 인터넷 판매가 안경원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올해 소셜커머스에서 기획한 선글라스 판매는 5월 한 달간 전년대비 15~30% 상승한 판매량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은 부대비용과 유지비가 일반 매장에 비해 크게 낮아 안경가격이 적게는 10~15%, 많게는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어 안경원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즉석에서 안경의 최저가격 비교가 수월해져 더욱 인터넷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늘고 있는 인터넷 판매가 가뜩이나 어려운 안경원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대구지역 안경테 생산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과잉생산’으로 가격까지 폭락

대구의 B제조업체는 언론을 통해 매번 나오는 안경의 높은 마진에 대한 보도도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뉴스에서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안경가격 때문에 아직도 소비자들이 안경가격에 거품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아시아 지역과 비교해도 한국의 안경가격은 가장 저렴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은 안경가격이 더 높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로 국내 K제조업체에서 생산되어 중국으로 수출되는 이중사출테의 경우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약 1.5배 높게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었으며, 메탈테는 미국과 유럽에서 300~400달러(30~40만원) 정도의 가격에 거래됨으로써 국내와 비교해 7~8배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구 안경테 제조공장 관계자들은 뿔테 유행이 바뀌어야 미래가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뿔테의 유행 장기화로 최근 5년간 사출공장의 수가 10배까지 늘어났고, 그 결과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성들여 생산을 해도 채산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뿔테 생산이라는 말이다.

메탈테 공장의 경우 원자재부터 각종 장비와 숙련공 등 필수적인 공장 운영 조건을 갖추어야 되는데 반해 뿔테 사출의 경우는 3명의 인원으로도 손익분기점 이상의 물량 생산이 가능해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안구사출은 개당 1,200원을 육박하던 것이 최근에는 600원까지 크게 떨어졌고, 울템도 공장원가 18,000원에서 최근 3/1 가격인 6,000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가격이 100% 이상 하락해도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년간 대구에서 안경테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C업체 대표는 “안경 기술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제조공장 대표들만 늘어났다”며 “메탈테 작업을 하던 기술자는 사라지고 이중사출에 매달린 단순 노동자들만 대구에 잔뜩 있다”고 비꼬았다.

중국의 제조 기술 추격으로 수출도 급감

대구의 극심한 내수생산 부진은 수출 공장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제품의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하는 D업체 대표는 “내수에서 판로를 못 찾은 업체에 일본 바이어들이 여러 제조공장을 찾아다니며 ‘더 싸게, 더 싸게’를 외치고 있다”면서 “내수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던 수출 상황도 썩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중사출 생산기술이 높아진 것도 국내 수출업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단가 때문에 중국의 이중사출 안경테를 역수입하는 도매업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안팎의 침체 여파로 대구의 메이저급 내수 생산업체들은 12월 생산량 이외에는 공장 가동을 않겠다는 입장이다. 12월에는 최소량인 10,000장 이상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힌 E업체 대표는 “1인 안경원이나 대형 체인점 구분 없이 영업직원이 아예 가방도 열지 못할 정도로 2~3개월째 물건 사입이 전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장을 더 돌리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메이저급 생산업체들의 이른바 ‘공장 가동 중단’으로 그나마 외주를 받아 근근이 공장을 운영하는 영세한 대구 제조공장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은 대구 내수 공장들은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출처: 옵틱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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