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명백한 일에도 편이 갈리는 것이 세상사라면 차라리 외면하는 것이 정답인지 모른다.
안경원 고객관리 프로그램 KISS와 교육 시스템 VOD만해도 어느 지부장은 ‘경악할만한 사태’라고 분노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협회 반대세력의 음해’라며 물타기를 한다. KISS의 불공정계약을 보도한 본지에도 일부 지부장은 ‘어느 특정인의 사주를 받아서 쓴 기사’라며 아예 귀를 막는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처음부터 편이 갈린 38선 형국이다.
어느 안경사 독자는 본지에 ‘협회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건의 본질은 뒤에 감춰두고 프로그램 자랑만 늘어놓고 있다’고 분개했다. 다른 많은 안경사들도 본지에 비슷한 말을 들려주며 용기 있는 기사였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지금 협회는 KISS 사태의 진실은 외면한 채 음해세력의 준동이라고 여론을 몰아가며, 프로그램 개발로 회원에게 10억원이 넘는 이익이 발생했다는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
심지어 이 집행부는 이 사태를 조사했던 감사에게 정보 누설의 책임을 물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코미디같은 일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백주 대낮에 협회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이 집행부의 교만이 기가 찰 일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안경사 회원들의 대의기구인 협회가 모든 홍보 수단을 동원해 포장작업을 하면서, 잘못된 행정을 지적한 본지에 대해 하지도 않을 말을 꾸며대고 있다.
일례로 협회장은 지난 2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본지 대표가 사과 문자를 보내왔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협회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본지가 KISS 기사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기사를 내기로 했다는 끔찍한 거짓말을 서슴없이 퍼트리고 있다.
녹음도 못하게 막아놓고 벌인 맞춤형 기자회견이었으니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어려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본지는 애초부터 KISS와 교육 시스템 VOD에 관한한 사과를 하거나 정정기사를 내보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영국의 스티브 풀러는 ‘지식인은 일단 자신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면 정중하게 인정하라’고 자신의 저서 ‘지식인’에서 조언했다.
그리고 우리 조선시대 선비들은 문제가 불거지면 객관적인 사고와 사실 확인, 자신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스스로의 염치를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분들의 말마따나 협회 임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위해 눈과 귀를 닫아놓고 판단력 을 잃는다면 안경사 회원들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든 사태가 돌출되면 자기주장보다 사실 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비위를 밝히는 일이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찾을 수도 없거니와 다수결로는 더더욱 결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영합이나 세몰이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안경계의 지성들이 냉철하게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함으로써 갈등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협회가 더욱 조심해야 할 일은 이번 사태를 접근할 때 안경사 회원을 거짓말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