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절반을 보내는 안경사들의 심사는 사납다.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다는 4~6월 성수기에도 바닥을 헤매고 있으니 비애감마저 든다. 제대로 꽃망울도 피우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바다에 던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부터 안경원 경기는 바람 빠진 풍선 꼴이다.
그나마 제철이라고 기대했던 선글라스도 백화점이나 온라인의 들러리에 만족할 뿐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상반기에 안경원 매출이 이 지경이니 다가올 하반기의 매출 걱정이 태산처럼 크다.
본지에서 이번에 안경원의 경기 동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70%의 안경사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가 매출이 더 떨어졌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매년 줄어드는 초라한 매출 성적표를 받아든 지가 벌써 15여년이나 되었지만 아직 안경사는 별다른 대응이나 변화 없이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
사실 안경원 매출이 모래처럼 바다로 쓸려가는 썰물현상이 대세로 굳어진지 오래다. 아직도 하루 매출을 한순간에 올리는 한방(?)을 기다리는 안경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바람난 세상인심이 호락호락 돌아올 리 없는 것이 자연 섭리다.
하루 종일 쇼윈도만 쳐다보다가도 고객 한 명만 잘 만나면 기본 매출은 걱정 없다는 망상이야말로 꿈이 된 지 오래다. 안경원의 매출을 견인하던 누진렌즈 가격도 이제는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안경원의 마지막 자존심인 누진렌즈 시장은 노안수술이라는 복병 때문에 위축될 것이 분명하고, 계속되는 인구 감소도 안경사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여기에 현명한(?) 일부 안경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가격파괴와 온라인 판매로 국민들의 안경가격에 먹칠을 해대고 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제 안경원은 재건축 수준이 아니라 건물 전체를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건축도 급선무지만, 무엇보다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한 안경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사꾼 냄새도 털어내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철저하게 장사꾼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안경사가 전문성도 자랑하지 못하고 장사꾼 방식도 버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사이에 선글라스와 안경테는 야금야금 안경사의 손을 떠나고 있다.
안경사가 안경을 독점하고 있다고 자만하지만, 이미 고객은 안경테와 선글라스는 백화점과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렌즈는 안경원에서 맞춘다는 의식이 굳어가고 있다.
전환기의 안경원에 절실한 것은 가격파괴가 아니다. 안경사 동료로서 전문성으로 경쟁하고, 마음을 하나로 묶는 합심만이 매출을 보장한다.
지금처럼 누구는 열심히 노력해 산에 바위를 올리고, 또 누구는 이 바위를 끌어내리면 안경원의 고객과 매출은 해마다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혁신은 몸의 상처에 소독을 바르는 것과 같다.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안경원에 소금을 뿌리는 혁신이 없으면 희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