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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업계-변해야 산다⑤ ‘안경 재고’와 이별해야 수익이 커진다
  • 고수영 기자
  • 등록 2016-03-16 2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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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원의 정상 경영 발목 잡는 ‘재고관리’일대 혁신 필요
  • 적정 재고•효율적인 회전기간으로 수익 개선해야


▲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제품이 가득 쌓여 있는 한국의 안경원(좌측)과 ‘이곳이 안경원인가’싶을 정도로 적은 수량의 안경으로 깔끔하게 꾸며진 일본 도쿄의 한 안경원 모습(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음).

계속되는 불경기로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일선 안경원이 재고 상품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내 안경원의 재고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속된 일로서 불경기 못지않게 안경원의 정상 경영과 채산성을 악화시키며 최근에는 일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안경사들은 이제 안경원의 재고 문제가 시급히 개선하고 변화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안경원의 과다한 재고 상품은 암적 존재

나라마다 개성과 특성이 각기 다르듯이 한국의 고객들은 푸짐한 것을 좋아하고, 넉넉한 인심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다. 국내의 안경원도 한국인의 특성을 닮아 상품이 풍부하게 진열되어야 고객을 제대로 접객하는 것 같고, 소비자들도 안경이 많이 진열되어 있어야 안경원을 신뢰하고 안경을 제대로 골랐다고 안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과다한 안경 재고가 안경원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 유럽의 안경원만 보아도 매장당 보통 2~300장이 안 되는 상품을 진열한 반면, 한국의 대다수 안경원은 심하면 수천 장의 안경류를 비치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진열 상품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진열장에 놓인 안경 개수만 해도 한 줄에 15장 정도를 깔아놓으면 웬지 썰렁한 느낌이 들어서 22~25장을 층층이 붙여놓고 있다. 어느 안경원은 이것도 모자라 안경을 2층으로 포개놓은 곳도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국내 일선 안경원은 하루 조제 건수가 10건 안팎이다. 한 달간 판매되는 총 안경 개수가 300장 정도라고 계산할 때 지금처럼 수천 장의 안경이 진열되어 있으면 결국 재고상품은 1~2년씩 잠겨 있는 완전 재고상품으로 전락하거나 사장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안경원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는 셈이다. 몇몇 안경원은 매출 악화를 견디지 못해 재고상품의 할인판매에 나서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할인행사가 주변 안경원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객단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구입한 안경으로 세일행사를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할 때, 결국 안경 재고상품이 전체 안경원의 매출을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4~5년전에 구입한 안경이 운좋게 판매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때 대부분의 안경원 원장은 공돈이 생긴 것처럼 좋아하면서 “안경은 주인이 따로 있다”고 만족해 하지만, 실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채산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적정 재고관리가 정상 영업의 지름길

경제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적정 재고는 취급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재고가 적정량보다 많으면 현금유동성이 떨어져 매장 운영과 자금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재고가 많으면 상품의 회전율이 떨어져 고객의 호기심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물론 재고량이 적으면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매출과 기타 서비스가 하락하지만, 필요 이상의 재고는 안경원 경영에 큰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결국 적정재고와 효율적인 재고관리는 과다한 재고와 품절의 발생으로 초래되는 기회 손실을 방지한다. 적정재고는 수요를 경제적으로 충족시키는 최소의 재고 수준이 되어야 하고, 재고 회전기간(재고 일수)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수익을 상승시킨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적정 상품 구입량이 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지적은 적정재고를 보유하는 능력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고 손익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재고에 대한 리스크를 얼마나 줄이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안경원의 과다한 안경 구매 또는 재고가 제품 결재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도쪾소매 간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도•소매상이 서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끝없이 주장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런 상호 불신이 결국은 부실한 재고관리에서 초래된다는 점이다.

 

안경의 과다한 재고는 다른 한편으로 안경원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몇몇 대형 유통사들이 진행하는 ‘패밀리 세일’이 바로 그것인데, 일반인에게 50%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의 소비자 세일행사는 일선 안경원의 매출에 직격탄이 되기도 한다.

 

업체들은 자신들의 이 같은 세일행사가 안경원들이 제품 사입이 줄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업체들 역시 불경기나 안경원의 사입이 줄어드는데 따라 재고소진을 위해 패밀리 세일을 전개하는 것이다.

 

결국 안경의 재고 상품이 업계 도•소매상 모두에게 암적인 존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수량만 구입•결제하는 재고관리 중요

국내 안경원이 재고에 발목을 잡히는 것과 달리 일본 안경원은 몸집이 상당히 가벼운 것을 알 수 있다.

 

2년 전까지 일본 효고현 고베시의 체인 안경원 안경스토어(メガネストア-)에서 근무했던 한 안경사는 “한국과 일본 안경원에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서로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큰 차이점이 있다”며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의 안경원은 원장까지 안경 수량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재고량이 방대하지만, 일본 안경원은 매장에 디스플레이된 물량이 안경원 전체 수량일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안경 재고량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일본 안경원은 2~3일마다 필요한 물량을 전화로 주문하는 체재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안경원은 필요한 수량을 수시로 적정하게 구입 진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체인안경원의 시스템과 소비자와 사이에는 불문율 같은 약속이 있는데, 그것은 일본인은 ‘제대로 된 안경을 받으려면 일주일은 기본’는 생각이 굳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빨리빨리 문화에 젖은 한국인이지만 이제는 1~2시간 안에 안경을 맞추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점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재고가 많으면 객단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일본의 안경원들은 진열 상품이 적다보니 주로 고가품 위주로 진열해 판매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풍부한 물량과 저가를 자랑하며 고객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지금처럼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구입한 후 조금씩 결제하는 영업방식보다 필요한 수량만큼만 구입해서 전액을 결제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안경원에서 재고 없이 적절하게 제품을 구입해 전액 결제가 이루어지면 생산량이 적정해지고, 그 결과 생산의욕을 북돋으면서 유통량을 조절하고, 또 이런 균형 잡힌 제품 수급이 안경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고가 많으면 생산업체의 생산성 저하, 업체 간의 결제 지체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시키고, 그 결과 실질적으로 안경원 운영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안경업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안경인들은 앞으로 안경사가 근무하는 안경원은 시력검사와 고객 응대법, 상품지식 못지않게 안경원의 성공 경영을 위해서는 적정재고 관리에 대한 교육도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주먹구구식 경영이 아닌 인공지능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많은 안경계 관계인들은 이제는 안경원의 미래를 위한 과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고관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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