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價値)는 무엇인가. 원래 상대적 개념으로 쓰이는 가치는 문화나 역사 못지않게 경제학에서 더 꼼꼼하게 챙긴다.
흔히 경제학에서 가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한다. 사용가치를 단순하게 말하면 고객 입장에서 재화를 소비해 얻게 되는 주관적 만족 또는 효용을 말한다.
또 교환가치는 ‘쌀 10Kg=담배 1보루’'라는 교환관계를 의미한다. 쌀 10kg의 가치가 담배 1보루와 같다는 것이 교환가치다. 그런데 교환가치에서 중시하는 것은 교환에 포함된 노동의 양이다. 숙련공인가 비숙련공인가보다는 단지 노동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썼느냐는 노동의 양을 따진다.
그런 의미에서 안경사의 가치는 안경과 재화를 고객과 주고받는 가치가 있을 뿐 아직까지 전문 노동시간에 대한 가치는 정당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안경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안경사의 가치는 무엇보다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안경사는 기본적으로 안경 조제 판매를 위해 관련 학문의 전공과 졸업, 또 안경사 면허증 취득에 이어 안경 조제를 위한 경험 축적 등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경사의 가치는 전문 업무를 단독 시행하는 독자성을 갖고 있다. 국가로부터 취득한 면허자로서 여느 의료기사와 달리 의사의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가치를 안경사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 안경사의 가치는 사회 환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안경을 조제 판매하려면 매장 임대부터 각종 기기 설치와 제품 구입 등 일체의 투자비는 물론 감가상각비 등 기본적인 생산 요소를 갖추어야 하고, 소비자는 안경원의 이 모든 시설물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안경사의 가치는 업무의 행위와 함께 생산(조제)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등 사회의 관점에서도 부여된다.
더구나 국내 안경사는 자신들의 전문 업무를 국가와 투쟁 끝에 쟁취해 그 가치성이 더 높고 크다.
안경사의 최고 가치는 전문적인 준의료 행위
의료기사법 내에 안경사제도가 신설된 1989년 4월 4일이다. 그리고 안경사제도가 최종적으로 개정 입법된 것은 1989년 12월 18일이다.
그러니까 1989년 4월 4일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8개월여 정부의 각종 입법 개정안에 반발 투쟁해 쟁취한 것이 오늘날의 안경사제도이다.
처음 입법 예고된 의료기사법 시행령은 안경사에게 최악의 악법이었다. 시행령 제2조(의료기사•의무기록사의 업무범위 등) 8항 ②는 안경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악법이었다. 이 개정안은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아 제1항의 규정된 업무를 행한다’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신규 고객은 안경사가 시력검사를 할 수 없고, 안과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안경을 조제하도록 정했다.
또 그로부터 약 2달 후인 1989년 6월 19일에 후속조치로 개정된 동법 시행규칙 제1조 2(생리학적 검사 및 시력검사의 범위)도 안경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악법이었다.
즉 의료기사 등의 품위손상 행위를 정하는 시행령 제10조(의료기삽 등의 품위손상 행위의 범위) 2는 ‘의사•치과의사의 지도에 의하지 아니하고 제2조의 업무를 행하는 행위(의무기록사와 안경사의 경우를 제외한다) 등이다’는 안경사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개정안이었다. 안경을 처음 사용하는 고객을 안과의사의 지도(처방전)를 받지 않고 안경을 조제 판매하면 면허 취소 사유가 되는 개정안에 전국의 안경인들이 반대 투쟁에 나서서 이를 막은 것이다.
안경인들의 반대투쟁은 1989년 9월 7일 서울 한국일보 13층 강당에서 시작되었다. 이어 같은 해 9월 11일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부산, 경남지역, 인천, 경기, 충북, 충남, 광주, 전남, 강원, 영동, 서울 등 전국에서 악법 반대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안경사제도의 입법 분수령이 되는 ‘범안경인 전국 결의대회’가 89년 9월 28일 전국의 안경인 및 가족 1만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새마을본부인 88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전국의 안경인들은 업무범위 박탈 및 헌법상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를 들어 개정 안경사법의 철회와 안경사 국가시험을 거부키로 의결했다.
결국 정부는 안경인들의 강력한 반대운동에 따라 안경을 조제하기 위한 시력검사는 안경사에게 일임하는 등 지금의 안경사 업무범위를 1989년 12월 18일 개정 입법함으로써 마침내 국가 면허 안경사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안경인들이 기존의 업무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안과의사와 투쟁하며 그 가치를 찾은 것이다.
안경사 가치는 스스로 노력해서 찾아야
우리나라에서 안경 조제는 안경사만이 유일하게 취급하도록 국가에서 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국민의 18세 이상의 안경착용률이 55.5%(2015년도 한국갤럽조사)나 되는 환경에서 안경사의 역할은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실 안경사의 주업무인 시력의 유지와 관리의 중요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독일 법원의 법률상 보상액으로 그 중요성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독일의 칼슈테 고등법원은 2000년에 우안이 실명하고 동시에 좌안의 시기능이 60% 남은 피해자에게 60,000유로(약 7천 7백만원)의 보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또 2002년 루른버그 고등법원은 좌안의 시기능이 10% 남아있는 15살의 피해자에게 35,000유로(약4천5백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또 23살의 한 여성이 낙마사고로 양안을 잃었을 때 퀄른 고등법원은 150,000유로(약 2억원)의 보상금과 매달 200유로(약 260,000원)의 상해보상연금의 지급을 판결했다. 이 보상금은 피해자인 여성도 낙마의 책임이 30% 정도인 것을 고려해 나온 보상액이다. 시력의 중요성이 곧 안경사의 가치 평가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안경사의 가치는 앞서 지적한대로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대입할 때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안경테와 안경렌즈를 판매하는 투자 개념의 교환가치만 인정받고 있을 뿐 전문성에 근거한 순수 노동에 대한 가치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안경사가 신분 법제화가 된지 30년이 되었어도 아직까지 노동의 가치, 전문성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도권 내에서 이루어지는 안경사의 전문 업무행위인 안경 조제라는 생산 가치는 하루빨리 인정받아야 한다. 또 안경사의 가치는 안경사 스스로 찾을 때 더욱 높아짐을 명심해야 한다.
캠페인 연재 순서 1.안경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2.안경원을 벗어나는 선글라스와 안경테 3.선글라스를 찾아오는 방법은 무엇인가? 4.선글라스 렌즈는 공산품이어도 되는가? 5.선글라스를 찾아오는 방법은 무엇인가? 6.적정 기술료의 청구 방법과 홍보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