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년 전만 해도 일반 로컬 안경원의 연간 매출 중 30% 이상을 차지하던 선글라스. 하지만 지금의 안경원 선글라스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어둡고 답답한 상황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심지어 안경원을 선글라스 렌즈를 교체할 때나 피팅할 때 이용하는 ‘후가공업소’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선글라스 구입의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선글라스에 관한한 안경원이 이처럼 번외 시장으로 전락한 것은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한 안경사들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경원에서 선글라스 판매가 급감한 것은 온라인 유통의 급속한 확대 등 거대한 유통의 변화와 20대 소비자를 주축으로 하는 구매 심리가 급변한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선글라스가 유행을 리드하는 패션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유명 백화점이나 면세점이 앞 다투어 판매에 나서면서 선글라스 고객은 안경원을 외면했다. 지난 십여 년간 소비자에게 선글라스 구입처가 안경원이 아닌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으로 굳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소비자는 안경원의 선글라스를 ‘가격이 비싸고, 모델 가짓수가 별로 없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본지가 지난 2016년 4월에 실시한 선글라스 구입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당시 서울 명동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일반시민 204명을 대상으로 선글라스 구입처를 설문조사한 결과,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8%(18명)에 불과해 충격을 주었다.
선글라스 착용자의 10명 중 1명도 채 안되는 소비자만이 안경원을 찾은 것이다. 이때의 조사에서 소비자가 선글라스 구입처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소는 백화점이 59.8%(122명)을 차지했고, 뒤이어 면세점 19.6%(40명), 안경원 8.8%(18명), 온라인 쇼핑몰 8.3%(17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 선글라스 구입처로 안경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안경원의 고가격, 빈약한 모델 수’를 꼽았다. 당시의 설문조사가 2년 전에 실시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비율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일반 소비자에게 안경원은 선글라스의 주요 구입처가 아니고, 단지 렌즈 교체나 피팅하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선글라스의 피팅료 청구 시급
현재까지 업계에 제시된 안경원에 선글라스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묘수는 없다.
무엇보다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려면 온라인이나 백화점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모델의 가짓수를 더 다양하게 구비해야 되는데, 영세한 안경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의 유통 루트를 안경원에 한정시키는 제도를 만드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학계 일각에서 선글라스 렌즈의 의료기기화를 제기하고 있는 점이 희망적이다.
학계 일각에서 선글라스 렌즈의 의료기기화는 쉽지 않더라도 렌즈의 착색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선글라스 렌즈의 착색과 코팅 등은 국민의 시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일정 부분 제한해야 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한안경사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한 후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충분한 명분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또한 업계는 공산품인 선글라스를 렌즈갈이할 때 이에 합당한 조제료와 피팅료의 청구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선글라스가 공산품이라서 안경원에 한정 판매할 수 없다면 렌즈 조제료와 피팅료를 철저하게 적용해야 된다는 것이 일선 안경사들의 주장이다.
안경사들은 선글라스의 조제 및 피팅료가 정착되면 선글라스 고객의 발길을 안경원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객이 선글라스를 구입처와 렌즈 조제처 따로 지불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경원을 선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제는 전국에서 조제료와 피팅료를 예외 없이 동참하겠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대안협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당연히 앞장서야 되겠지만, 단체가 회원을 대신해 피팅료 청구에 나서면 공정거래법 제26조 1항 1호에 위반되어 처벌 받는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는 안경원이 저마다 적절한 가공료를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고객이 가공료를 별도로 지불해 결국 안경원이 아닌 곳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면 손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고객은 발길을 되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안경사의 혁신도 필요
지금은 ‘과거의 영광’으로 남은 안경원의 선글라스 호시절을 재복원하려면 무슨 묘책이 필요할까.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각종 세부사항을 철저히 살펴서 이를 적극 이행하는 습관이 체질화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안경사들이 현장에서 고객에게 선글라스 렌즈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대안협은 불량렌즈의 각종 임상실험 자료와 안질환 사례, 또 안전사고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對국민 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안경광학과 교수는 “선글라스 렌즈의 의료기기화를 위한 첫 단계로 렌즈의 도수 기입 유무가 아닌 렌즈의 착색 농도를 기준으로 의료기기화한다면 지금처럼 아무 곳에서나 선글라스가 판매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저도수 근용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문제를 그 중심에 세우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일선 안경사들은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선글라스의 피팅료와 선글라스 렌즈의 의료기기화 추진 등 미래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왜냐하면 안경원이 선글라스를 되찾아 오는 방법은 국가 면허인인 안경사와 선글라스 렌즈를 하나로 묶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이 안경사 시각이다.
사실 소비자에게 ‘선글라스의 구입처는 안경원’이란 인식을 심는 것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속수무책,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고만 있으면 선글라스와 안경원의 틈은 더욱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장의 생리다.
캠페인 연재 순서 1.안경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2.안경원을 벗어나는 선글라스와 안경테 3.선글라스 렌즈는 공산품이어도 되는가? 4.선글라스를 찾아오는 방법은 무엇인가? 5.안경사의 먹거리를 지키고 확대하자 6.적정 기술료의 청구 방법과 홍보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