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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란 말이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매우 자의(恣意)대로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안경이 얼굴에 얹힐 때 코에 거는 외눈안경이 먼저이지 않나 싶다. 코의 비주(鼻柱) 상부의 상근(上根) 부위에 알맞게 nose-pad로 조이듯 얹히면 서서 있으나 앉아 있으나 잔 글씨를 보는데 매우 편리했을 것이다.
본래 lens란 동그란 콩이란 뜻이다. 귀는 안경걸이로 평형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귀는 오관(五官) 가운데 시각 다음에 두 번째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말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한 것이고, 청력(聽力)은 기억의 중추 역할을 한다. 갓난애 일 때 청각을 잃으면 말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농아(聾啞) 이다.
귀의 기능은 네 가지로 나눈다. 소리를 모으는 집음(集音)기관인 귀바퀴(耳)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귓구멍인 외이도(外耳道)가 속하고, 중이는 고막(鼓膜)의 내측 공간인 이소골(耳小骨)을 포함한 고실(鼓室)로 형성되고, 유양돌기봉소(乳樣突起蜂巢)와 이관(耳管)으로 연락된다. 이처럼 중이(中耳)가 전음(傳音)기관이다.
이에 비해 소리를 받아들이는 감음(感音)기관인 내이(內耳)는 전정(前庭)•와우(蝸牛)•반규관(半規管)으로부터 형성된다. 이밖에 전음은 중이로만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측두골(側頭骨)인 봉소(蜂巢)형태인 뼈에서 골전도(骨傳導)로 들을 수 있다. 청력검사에 골전도검사(Bone-conduction)를 필히 하는 경우가 그래서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러한 청력의 기본 기능 외에 겉으로 드러나 보는 외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속설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륜(耳輪)이 후면으로 재껴지지 않고 안으로 감싸 않은 듯 두툼해야 되고, 이수(耳수)인 귓불이 둥그스럼 해야 덕(德)이 있는 귀이어야 귀(貴)하다나 원!
그렇지만 인상학(人相學)에서 얼굴 중 백점 만점에 귀에 주어지는 점수는 이마와 입, 귀는 각각 10점씩 밖에 못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수가 대수랴! 귀는 건강수명(健康壽命)에 마지막 보루(堡壘)다.
노안은 40대 초반부터 온다.
그 다음 잇몸이 시원치 않다. 이른바 풍치(風齒)로서 치주염(Perio)이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드리는 밥은 항상 따뜻해야 되고, 깍두기는 한번 데친 것을 올려야 하는 서울 양반님 네들 밥상차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눈이 가고 이가 간 다음, 귀가 갈 차례가 된다. 이른바 노인성 난청이다. 어찌하랴 생로병사는 인생의 수순인 것을! 더 나아가 불변한 자연의 섭리인데야 어찌하랴. 오호(嗚呼)와 애재(哀哉)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