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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김준엽(金俊燁) 한국사회과학원 이사장은 1920년 평북 강계에서 출생했다.
일제 강점기인 1944년 일본 게이오대 동양사학과에 재학 중 일본군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하고, 6000리 길을 헤치며 중국 충칭에 있던 임시정부에 합류하여 광복군으로 활동한 김 이사장은 광복 후에는 오직 철저한 학자이며 교육자로서 학문과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1970년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중어중문학과와 노어노문학과 개설에 앞장서는 등 학자로서의 비전과 통찰력이 뛰어났던 고인은 대학 운영에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였다.
이어서 고려대 총장에서 퇴임 후 여러 정권으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 받은 김 이사장은 그 때마다 이를 고사하고, 관직에 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 나같은 한 사람쯤은 벼슬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후학들로부터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망국의 상황에서는 민족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나라를 되찾은 후에는 학문입국의 일념으로 후학 양성에 매진했던 이 시대의 진정한 학자이며 스승의 도리를 실천한 ‘참 선비’였던 김 이사장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안경을 착용, 그 중에서 고려대 총장 재임 시부터는 웰링턴 스타일의 이지적인 분위기를 주는 가벼운 뿔테를 선호하여 학자로서 자존심과 꼿꼿함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