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의 판매 영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는 모든 뉴스 기사에 금액까지 표기한 안경테 배너 광고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안경원의 영업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서울과 대구, 부산 등에 소재한 업체들이 하루에 수백만 명씩 방문하는 뉴스 기사에 안경테 판매 배너광고를 노출시킴으로써 이제 안경원은 그야말로 안경렌즈 하나만 판매할 수 있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온라인 기사에 올라오는 안경테 배너광고를 쳐다보는 안경사의 심정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안경원의 고유 판매품이던 안경테가 제2 제3자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속수무책 당하는 처지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근용안경과 도수수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의기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안경원만 콘택트렌즈를 단독 판매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온라인 판매의 ‘가부’를 헌번재판소에 제청하는 등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입법으로 근용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개정법률안과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이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허인 상황에서 수천 종류의 안경테가 스타일별, 소재별, 기능별로 광고되는 배너광고까지 범람하면서 전국 안경사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판매, 코로나로 동기대비 30% 성장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안경테 광고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수백여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안경을 교체하며 판매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수년 전부터 소비자에게 각광받던 ‘청광차단안경’은 오히려 안경원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판매되고, 최근에는 도수가 없는 안경렌즈까지 공산품이라는 이유로 컬러렌즈와 변색렌즈는 물론 근적외선렌즈까지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가끔 청광차단안경을 찾는 고객이 있는데,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이 가격만 알아보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처럼 안경원에서 가격만 확인하고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전형적인 온라인 셀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반해 온라인 판매업자들은 올해 상반기가 ‘창업 이래 최대 호황기’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청광차단안경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A社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재택근무 등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올해 1~2분기 청광차단안경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의 늘어났다”며 “조만간 근용안경 등이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도수를 넣은 청광차단안경도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근용안경•콘택트 온라인 허용되면 큰일
현재 국회에 상정된 근용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의기법 개정안은 큰 변동 없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2024년 5월 29일까지인 제21대 정기국회까지는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어서 안경사가 여유를 가질 틈이 없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에서는 안경사들의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의 허용 여부를 심판 중이다.
다시 말해 근용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심의가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동시 진행되면서 안경사는 절체절명의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그동안 의기법에서 보장해 주던 안경사의 도수 안경, 콘택트렌즈 등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상실하면 결국 안경사는 안경렌즈 하나만 판매하는 기막힌 현실과 맞닥트리게 된다.
한편 전남안경시회에서 19대 대의원을 지낸 모 안경사는 “‘안경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이번 개정안을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근용안경에 이어 콘택트까지 온라인에 빼앗기면 안경원은 안경렌즈가 유일해 정상 운영이 힘들 것”이란 우려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안경의 조제가공료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안경렌즈 하나만으로 안경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안경렌즈를 개인 맞춤형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먹거리인 AR글라스에 도수렌즈를 장착하는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등 강력한 변화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