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명회와 안경/ 16세기 그로테스크의 선두주자, 캉탱 마시스
  • 다비치안경체인 부회장 박성훈
  • 등록 2023-04-15 08:14:24

기사수정

[세금 걷는 사람들] 1520년 후반경, 패널에 유채, 86×71cm. 리히텐슈타인 미술관, 파두츠. 벨기에(당시엔 플랑드르) 중부지역 루뱅에서 시계 제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캉탱 마시스(1466~1530)는 일찍이 공예기술을 배웠으나 화가의 딸과 사랑에 빠진 뒤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주로 종교화와 초상화를 그렸으며, 평소 알고 지내던 에라스무스의「우신예찬」에 등장하는 어리석고 기괴한 인물들을 소재로 그로테스크한 주제를 선호한 플랑드르의 대표화가다. 

 

진주가 매달리고 루비가 박힌 금장 배지를 붙인 빨간 두건을 쓰고 코걸이 검은 안경을 단정하게 내려 쓴 채 오른쪽 볼엔 근육 골이 선명할 정도로 입을 굳게 다물어 매우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왼손으론 동전을 세고 오른손으로는 장부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는 전형적인 고위급 세금징수원의 모습과는 달리 뒤쪽 여닫이 출입문이 열려 있는 걸 봐서는 방금 전 실내로 들어온 것 같다. 

 

더구나 오른팔을 징수원의 왼 어깨에 걸친 채 집게손가락으로 아래를 비아냥거리듯 가리키면서 징세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서 자신보다 직위가 높아진 동료 징수원의 업무수행 자세를 불만스럽게 비하하는 표정과 행동이 매우 대비되는 작품이다. 

 

녹색 벨벳이 깔린 테이블엔 금화, 은화를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진주와 루비, 사파이어들이 놓여있는 모습에서 화가가 활동했던 벨기에의 중심인 안트베르펜은 16세기 초 이미 자본주의가 도입돼 상업거래가 번창하였으며, 이 도시가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 숨겨진 재미있는 부분은 뒤쪽 선반 위에 있는 검은색 종이장식이 마치 선글라스 같은 착시를 주는데다 선반 왼쪽에 매달려 있는 벌려진 가위의 두 원형 손잡이 부분도 마치 작은 둥글이 안경을 연상시킬 듯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안경을 포함한 세 형상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환전상과 그의 부인] 1514년, 판넬에 유화, 71×68cm, 루브르미술관, 파리.화가의 대표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환전상인 남자 앞에는 금화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가짜 금화가 섞여 있는지를 진지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남편의 이런 작업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부인의 왼손에는 성 모자상 그림이 그려진 기도서가 펼쳐져 있다. 

 

금화는 탐욕에 대한 상징인데 반해 기도서는 종교적인 신앙심을 나타내는 증표였기에 이 그림은 탐욕에 대한 경계심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엔 ‘고리대금업자, 세금징수원, 방앗간 주인, 그리고 환전상은 루시퍼(타락한 천사)의 4전도자’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환전상을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따라서 당시의 화가들은 이런 주제의 작품을 즐겨 그렸다.


[안경을 든 남자] 1520~1523년, 판넬에 유화, 69.1×53cm, 슈테델미술관, 프랑크프루트, 독일. 이 초상화 작품은 책상 위에 펼쳐진 성경 위에 코걸이 안경을 왼손에 들고 있는 모습에서 안경을 끼고 성경을 읽던 중 자세를 위해 잠시 안경을 벗고 포즈를 취하는 진실한 기독교 남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1517년 북유럽지역에서 마르틴 루터가 ‘오직 성경만이 우리를 구원하신다’며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조의 반박문을 통해 종교개혁을 주창, 신교세력이 확산되던 당시에 그려진 작품이기에 성경과 안경의 조합이 특히 유의미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뒤 배경에 건물의 두 아치(arch)가 만들어 내는 공간이 마치 동글이 안경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속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 16세기 초 안경업계 홍보용 자료로 그려진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끊이지 않는 보험사기, 작년에만 총 4,414건 제보 지난해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과 보험회사가 설치한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접수된 백내장 수술 등과 관련된 각종 보험사기 제보가 총 4,414건이며, 이중 3,462건(78.4%)이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적극적인 제보가 보험사기 적발로 이어집니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에 보...
  2. 신간 소개/ 안경사의 기술 안경사의 기술│손재환 지음│라온북 발간│209쪽│29,500원안경사 생활을 하면서 가끔 답답할 때 펼쳐보면 신통하리만치 쪽집게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안경사의 기술’은 30년간 안경원을 성공 경영해온 손재환 원장의 실전적 자전 체험서이다.  안경원 준비부터 고객만족, 검안과 조제, 가공, 피팅까지 안경원의 모든 세세한...
  3. 새로운 ‘레이셀’의 3가지 컬러는? 바슈롬코리아 ‖ 문의 070-7167-9922/ 9927레이셀의 새로운 컬러 오로라 블랙, 프리덤 허니, 메리 모카 등 신제품 3종은 레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섬세한 패턴의 컬러렌즈로 새로운 패턴과 컬러 믹스가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안전한 컬러 처리와 55%의 높은 함수율로 촉촉하면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며, 무도수부터 -10.00D까지의...
  4. 국내 안경사의 업무범위… 말레이시아에서 길을 묻다 국내 안경사 관련법이 공포•시행된 때는 1989년이다.  그러나 35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안경사의 업무범위는 지난 2012년 콘택트렌즈의 안경원 단독판매 법률이 개정된 것 이외에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말레이시아는 1991년(Optical Act 1991)에 등록 요건과 실무 필요성 등이 명시되어 등록에 인정되지...
  5. LG전자, XR 스마트글라스에 진출하나? 세계적 빅테크 기업인 Meta가 산업용 증강현실(VR) 기기로 선보인 스마트글라스에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적용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협력기업인 LG전자가 확장현실(XR)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메타와 협력해 AI 기능이 접목된 XR 기기를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기업간거래(B2B) 사업 모델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