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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제 강점기에는 그들의 왕의 이름을 딴 소화(昭和)를 쓰다가 해방 이후에는 단기(檀紀)를 썼다. 이어 5쪾16 이후 서기(西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화이든 단기이든 서기를 써도 간지(干支)를 반드시 따라 쓰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있다. 금년이 서력(西曆)으로 2012년인데 간지(干支)로 임진(壬辰)이라고 쓰고 있다. 천간지지(天干地支)를 요약한 것이 간지인 것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일까.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 것이 간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년은 임진(壬辰)해이다. 흑룡(黑龍)이라고 한다.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것이다. 음택(陰宅)이나 양택(陽宅)에 후면이 현무(玄武),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주작(朱雀) 가운데가 묘(墓)자리가 되는 황(黃)이라는 중심이다. 이른바 풍수지리(風水地理) 외에 오상(五常)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도 있다.
금년은 용의 해! 그것도 60년 만에 온다는 흑룡의 해이다. 우리는 고래(古來)로부터 삼신(三神)을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천신(天神), 산신(山神), 용신(龍神)이 그것이다. 현재에도 유명 사찰에는 산신각이 있다. 12지 동물 가운데 상징동물인 용이 있다.
용이란 무엇인가. 용은 포유동물(哺乳動物)인 낙타, 사슴, 사자, 소 등의 어느 부위가 있는가하면, 파충류(爬蟲類)인 뱀과 어류인 잉어, 조류인 매의 발톱, 귀신의 눈으로 모둠한 것이 ‘용’인 것이다. 그런데 용에 따라 붙는 것이 여의주(如意珠)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다. 여의주를 입에 물면 뜻대로 된다는 것. 날개 아닌 꼬리의 강한 추진력으로 승천(昇天)하려고 하나 항룡유회(亢龍有悔)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 높은 지위를 탐하지 말라는 격언으로 쓰고 있다.
천신은 하늘에 살고 용신은 용궁(龍宮)에 산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 용궁과 거북의 관계가 있는 우화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자라와 토끼 사이에 벌어지는 별주부전(鼈主簿傳)이 있다. 어부인 우라시마따로(浦島太)가 어느 날 그물에 걸린 거북을 살려주었더니 그 거북이 나타나 등 뒤에 타라는 것이다. 가보니 호화찬란한 용궁이었다. 알고 보니 거북은 왕자였다. 용궁에서 나올 때 사례로 흰 상자를 갖고 왔는데 열지 말라는 왕자의 당부가 있었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라 열어보니 통 안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나 그 연기를 쐰 뒤로 머리가 하얗게 세어 결국 죽게 되었다는 것.
임진 새해에는 일년지계(一年之計)는 재춘(在춘春)으로 알찬 계획을 잡되 인간이 참답게 살아가는 가치 체계를 여러 계획에 앞서 우선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