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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떼지어 안경 초저가 판매… 헉!
  • 정재훈 기자
  • 등록 2012-03-10 1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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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안양지역 안경원 집단적으로 무차별 가격 파괴… 안경원마다 학생용 뿔테ㆍ컬러렌즈 공짜 판매 확산 일로
안양지역 안경가격 붕괴 조짐 뚜렷… 관련 지부와 분회의 단속은 미미, 초저가 판매에 정상가 판매 안경사 냉가슴… 문제 안경원 퇴출책 시급

 
안양지역 초저가 판매 긴급 르포
매서운 불경기 여파 때문인가. 지금 경기도 안양지역 안경원에 가격 난타전이 한창이다. 상대가 어퍼컷을 날리면 피하지 않고 관자놀이에 KO펀치를 날리려는 듯 더욱 매섭게 달려들고 있는 모양새다. 예전에 가끔씩 등장했던 어느 한 매장의 돈키호테 식 초저가 판매가 아니라 안양지역 대다수 안경원이 한꺼번에 집단으로 뒤엉켜 필살기를 날리고 있다. 지금껏 유례가 없는 살벌한 집단 난타전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멈출 기미가 안보이고, 생채기만 남긴 승자 없는 싸움으로 그칠 게 분명하다. 원래 진흙탕 싸움의 결말은 이득 없이 끝나기 마련이고, 여기에 기본 룰을 지켜줄 심판까지 없다 보니 안양 일대는 아수라장 그 자체다.

학생용 뿔테 안경 공짜 광고 범람
기자가 안양지역을 찾은 것은 어느 안경사의 볼멘 제보 전화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찾아간 안양지역의 대다수 안경원은 제보자의 말처럼 울긋불긋한 파격 초저가 광고판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전국 최저가 판매라는 문구가 곳곳에 널려 있고, 심지어 안경렌즈 구입 시 ‘학생용 뿔테 안경 공짜’ 문구가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정말 몇몇 안경원을 제외하고는 너나없이 뿔테 안경을 구두 한 번 닦는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자랑스럽게 판매하고, 사회사업가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안경 봉사 잔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파격세일 문구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 붙어있어 주변을 지나는 행인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이런 초저가 광고 문구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그동안 단골손님이라며 정상적으로 판매해온 안경원은 상냥한 미소를 가장한 파렴치한 장사꾼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협회와 지부, 분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본지에 제보한 안경사는 대뜸 “협회나 지부는 뭐하는 집단이냐”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앞으로 내가 회비를 내면 성을 바꾼다”고 소리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성들 살림살이야 임금님도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 안양에서 벌어지는 난투극 속에 협회측 인사는 그 어떤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안경의 3류 판매가 업계 전체를 몰살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경기지역에 소재한 안경광학과 K교수도 “처음에는 안경 전문가를 꿈꾸던 학생들이 흐름에 떠밀려 저가경쟁에 휘말리는 장사치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솔직히 안경원 풍토를 보면 한심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지역의 L교수도 “일부개정안도 통과되고 법까지 안경사가 아니면 안경을 판매할 수 없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안경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은 측은하기까지 하다”며 “차라리 협회에서 우수 안경원을 선정하여 이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서 판매를 도와주는 전근대적인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에서 가격 파괴를 일삼는 안경원은 아예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안경사 국시 난이도 상향 등 보완책 절실
근본적으로 저가 경쟁을 막으려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개선이 급선무겠지만, 자유 경쟁사회에서 수급 조절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부 안경사들은 대학의 안광과 신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미국에서 검안사 수급을 완벽하게 조절하듯 안경사 국가시험의 난이도를 높여서 배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안경사 배출이 많으면 안경원의 경쟁이 촉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안경사들은 앞서 제시된 L교수의 지적처럼 협회에서 발급한 교육 수료증이나 세미나 참가 사진 등을 안경원 벽면에 부착하여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협회에서 교육과 세미나를 늘리고, 업체들의 교육 수료가 회원들의 긍지를 북돋아 자부심을 갖게 하면 가격경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안경테를 생산하는 P대표는 “안경산업이 발전하려면 안경원의 홍보는 절대 필요하다”고 잘라 말하면서 “다만 협회 차원에서 1년에 1~2번 기간을 정해서 전국적으로 정기세일 행사를 주관하여 안경원의 숨통을 열어주면, 결국 업계 전체에 순기능까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 시장의 다변화로 잃어버린 영업권을 안경원에 찾아주는 방안도 가격경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간 지날수록 가격경쟁 더욱 확산될 듯
원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다수 안경사들은 안경원이 밝은 빛이 줄어드는 대신에 어둠이 짙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경원이 과다하게 포화되어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안경원의 병이 깊어져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의 안경가격은 2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다. 몇몇 안경사들이 저지른 가격파괴 때문이건, 정상가격을 고수해온 안경원 때문이건 주변에서 야금야금 저가 판매를 소수의 안경원만 고개 바짝 치켜들고 버텨 정상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안경류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본지의 설문 조사에서 안경사의 60% 이상이 ‘안경원 간의 경쟁’ 때문이라고 답한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안경사 스스로 인정하듯 우리나라 안경원은 어떤 모양으로든 추락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돌덩어리처럼 수직으로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종이비행기처럼 일정 기간 바람에 날리다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추락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가격경쟁을 일삼다 도산한 호주의 신생 항공사 ‘에어 오스트레일리아’가 가격경쟁의 끝을 확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말말말 ■ “신학기 특수도 옛말이 되었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일세. 장사 안 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데, 잘되는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 이거 원... 쯔쯔쯧... ”(서울 신림동 안경사) ■ “3년간 죽자고 뛰어서 매장 살려놨더니 이게 웬 일? 근처에 대형 매장 들어와서 도로아미타불됐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환장하겠구먼.”(경기 S시 안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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