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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이른바 취미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바둑, 낚시, 독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글 읽는 것을 취미로 여기는 것은 글을 반드시 읽어야하는 전문인과 독서는 필수이지, 취미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취미에 높낮이는 없다하겠지만 정(靜)과 동(動)이 있으며, 어느 분야를 입문하려면 재지(才智)와 기초적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또 어떤 취미든지 살리고 즐기려면 화폐의 소비가 수반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사냥, 낚시, 승마를 삼대도락(三大道樂)으로 여겨왔음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하겠다. 낚시, 바둑도 일반 취미생활과 마찬가지로 현장의 실경험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어떤 것이든 관심, 애정, 재미, 즐거움의 순서로 이어진다. 낚시의 경우 취어비취어(取漁非取魚)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바둑은 기예(棋藝)의 감흥을 느끼면 된다. 그런데 낚시, 바둑 모두 프로라는 이름으로 아마추어의 순수성을 떼고 나갔다. 어찌하랴 시대의 추세가 그러하거늘….
취미는 우리 인간이 무료함을 잊고 몰입하는 오락적인 긍정점도 있지만 마땅치 않아하는 부정도 없지 않다. 낚시질은 즐거운 일이지만 살생의 권력을 쥐고 있으며, 바둑이나 장기는 맑은 놀음이지만, 또한 전쟁이라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로서 알 수 있듯이 이 일을 좋아함은 일을 덜어서 한가히 지냄만 못하고, 재능이 많음은 무능하며, 본정을 다함만 못하다는 말은 채근담(菜根譚)의 저자 홍자성(洪自誠)의 낚시와 바둑에 대한 부정론이다.
바둑에는 여러 가지 수가 있다. 정수•변수 이외에 한 변수에 대해서 꼭 하나의 값만이 대응하는 함수(函數)는 포함되지 않는 대신 ‘꼼수’라는 수가 있다. 이 꼼수는 대국자를 경시하고 두는 일종의 속임수이다.
그런데 이 ‘꼼수’라는 용어가 바둑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언어로 둔갑되어 ‘SNS’ 공간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서 ‘지신’은 인터넷의 배경지식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SNS LTE(차세대 통신기술), 아킬레스건(약점), 피라미드(연쇄작용) 등 현재 단어의 의미를 차용해 시사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잦다. 이런 어휘를 모르면 글자를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깊은 사색 없이 단견들이 난무하는 쪼가리 지식을 진리로 받아들이려하는 인터넷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요즘 세간에서 ‘나꼼수’라는 이름으로 거침없이 기성정치를 비꼬고 있다. 말은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고(언부중리 불여불언(言不中理 不如不言)), 말은 바로 혀를 베는 것이다(언시할설도(言是割舌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