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子 曰, 스승이 말씀하시기를…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2-05-31 12:51:16

기사수정
 
항도 부산에서 80년도 초에 한문 고전을 배우고자하는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주역의 권위자이신 아산(亞山)선생의 주역 강의를 매주 금요일 밤 듣기로 했다. 비교적 부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조방 앞 후미진 2층에 강의실을 얻었다.

소문이 나서인지 각계각층의 장•노년층과 여성들도 많이 참석했다. 왕필(王弼)의 득의망상(得意忘象)이라는 교훈으로 상가치는 물리치고 공자계사전(孔子繫辭傳)을 주로 배우게 됐다.
 
아산선생의 열띤 강의에 못잖게 재미있었던 일은 수강을 끝내고 학우끼리 모여 소주 한잔 나누며 배운 것을 익히는 기탄(忌憚)없는 토론이라는 ‘뒤풀이’가 더욱 재미있었다.

어느덧 봄철에 시작한 청강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철까지 이어졌고, 아산선생께서 급서(急逝)하시게 됐다.

뜻있는 인사들이 장례식에 참례한 것은 물론이다. 다행히 선생의 자제되시는 분이 김천교육청 교육공무원으로 부친의 뒤를 이을만큼 한학에 조예(造詣)가 깊어 계속 주역 강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양철학이 자연에 대한 놀라움에서 비롯되었다면, 동양철학은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양사회에서는 도덕적 인간관이 주류를 이루어왔다면, 서양에서는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이기적 인간관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동양사상은 모두 ‘역’의 논법에 따라 전개된다. 그것은 대치법(對峙法)과 배합법(配合法)의 논리다.

역(易)의 논리는 태극에서 음양으로 갈라져 나와서 대치되고, 음양이 다시 태극으로 돌아가 배합하는 논리다.

보건계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주역학회에 나오라니까 선뜻 응한다. 한 달포가 지났는데 멀리 전근이 되어 못나가게 됐다고 죄송해 하면서 이르기를 ‘자(子), 왈(曰)이 스승’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단다.

그리고 구결(口訣)을 붙이지 않고 배워서 더욱 좋았단다. 도올 선생도 한학 강의에서 옛날식으로 토(吐)를 붙이지 않는다. 스승! 공자는 인류의 스승이다.

엊그제 스승의 날이 지났다. 이정배 회장 일행이 석정(石晶) 강중화(康中華)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러 왔다. 기일(忌日)은 지났지만 스승의 날이 돼서 왔다고 했다.
 
석정이 안경업계의 스승이라는 것이다. 1907년 12월 4일 평남 강서 태생의 석정은 13세 때 도일(渡日), 동경 욱일광학공업사㈜에 입사하여 안경기술을 터득, 10년 만에 귀국하여 평양에서 ‘동양안경원’과 연마공장을 차려 렌즈 연마생산을 해오다가 6.25 피난지 부산에서 ‘광명당안경’을 인수하면서 안경인협회 구성에 앞장섰고, 후배 렌즈 연마공을 손수 가르쳐 안경렌즈 연마기술자들을 양성한 안경업계의 크나 큰 스승이시다.

자기 직업을 통하여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그 직업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완벽을 쫓는 장인정신을 함양해나가는 것이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아무튼 고(故) 석정 선생의 32주년 기일에 묘소 참배는 여느 때와 다른 의미의 스승의 발자취를 회고하는 뜻있는 참배라고 본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끊이지 않는 보험사기, 작년에만 총 4,414건 제보 지난해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과 보험회사가 설치한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접수된 백내장 수술 등과 관련된 각종 보험사기 제보가 총 4,414건이며, 이중 3,462건(78.4%)이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적극적인 제보가 보험사기 적발로 이어집니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에 보...
  2. 신간 소개/ 안경사의 기술 안경사의 기술│손재환 지음│라온북 발간│209쪽│29,500원안경사 생활을 하면서 가끔 답답할 때 펼쳐보면 신통하리만치 쪽집게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안경사의 기술’은 30년간 안경원을 성공 경영해온 손재환 원장의 실전적 자전 체험서이다.  안경원 준비부터 고객만족, 검안과 조제, 가공, 피팅까지 안경원의 모든 세세한...
  3. 새로운 ‘레이셀’의 3가지 컬러는? 바슈롬코리아 ‖ 문의 070-7167-9922/ 9927레이셀의 새로운 컬러 오로라 블랙, 프리덤 허니, 메리 모카 등 신제품 3종은 레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섬세한 패턴의 컬러렌즈로 새로운 패턴과 컬러 믹스가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안전한 컬러 처리와 55%의 높은 함수율로 촉촉하면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며, 무도수부터 -10.00D까지의...
  4. 국내 안경사의 업무범위… 말레이시아에서 길을 묻다 국내 안경사 관련법이 공포•시행된 때는 1989년이다.  그러나 35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안경사의 업무범위는 지난 2012년 콘택트렌즈의 안경원 단독판매 법률이 개정된 것 이외에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말레이시아는 1991년(Optical Act 1991)에 등록 요건과 실무 필요성 등이 명시되어 등록에 인정되지...
  5. LG전자, XR 스마트글라스에 진출하나? 세계적 빅테크 기업인 Meta가 산업용 증강현실(VR) 기기로 선보인 스마트글라스에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적용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협력기업인 LG전자가 확장현실(XR)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메타와 협력해 AI 기능이 접목된 XR 기기를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기업간거래(B2B) 사업 모델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