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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판매 불티… 안경사는 ‘멀뚱멀뚱’
  • 편집국
  • 등록 2012-05-31 13: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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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원 빠져나간 선글라스 홈쇼핑서 증정품으로 전락… 안경원은 렌즈 교체•착색하는 ‘후가공 업소’로 전락
선글라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로가 점입가경이다. 최근 TV 홈쇼핑에서는 10만원도 안되는 화장품을 팔면서 멀쩡한 선글라스를 기프트 용품이라며 공짜로 증정하고, 여성용품인 생리대 한 박스를 구입해도 멋진 선글라스가 덤으로 딸려가고 있다.

어린이날만 해도 선글라스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날만 되면 의례히 업체들이 앞다투어 어린이 선글라스 증정 행사를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교육을 잘 시키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선글라스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제품이 아니라 증정용 또는 선물용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이제 선글라스가 재래시장에서 1만원에 판매되는 빈대떡 신세도 못될 만큼 전락하고, 안경사들의 주력 판매품이던 선글라스가 어느새 손에 들려진 모래처럼 살금살금 빠져나가버렸다.

대구의 한 안경제조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안경 유통업체들의 주문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에 가끔씩 안경 이외의 업체들이 홈쇼핑이나 행사장에서 사은품용 선글라스의 제작구매를 문의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아직은 구매 단가가 맞지 않아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 업체 대부분이 중국제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공짜로 풀려나가는 것은 코 흘리게 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인터넷 온라인 사이트에서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것에 얼굴 붉히던 일이나 백화점에서 1~2년 재고 유명 선글라스의 초저가 할인전, 길거리 좌판에서 벌이는 낯 뜨거운 선글라스 판매 정도는 애교로 생각한 지 오래다.
 
십수년 전 연매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3월부터 8월까지 안경원에 큰 장(場)을 만들어주던 선글라스 대목장은 이제 사진첩에 껴놓은 빛바랜 사진 꼴이다.

소비자 대부분 타 장소서 선글라스 구입

최근 햇살이 강해지면서 안경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는 있다. 렌즈 교체나 착색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의 고객들은 선글라스를 들고 들어오면서 생일 선물을 받았거나 해외유학 중에 구입했다며 어색한 표정으로 둘러대지만, 어떤 고객은 망설임 없이 인터넷이나 백화점에서 구입했다며 렌즈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안경사에게 미안해 할 이유가 없는 일이기는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글라스에 관한한 안경원은 이제 ‘렌즈갈이 전문점’으로 굳어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20여 년째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어떤 원장은 “지난 4월부터 선글라스에 도수를 넣고 착색을 해달라는 고객이 하루 평균 2~3명 이상은 된다”며 “선글라스만 봐도 세상 참 많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허탈해 했다. 안경원이 선글라스 피팅이나 해주고 렌즈를 교체하는 장소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적잖은 안경사들이 피팅료는 고사하고, 렌즈를 교체할 때도 제값받기를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짜로 받은 선글라스의 렌즈 교체 비용을 정상가격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깜짝 놀라기 때문인데, 어차피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구입하거나 공짜로 받은 선글라스라서 웬만하면 싼 가격으로 렌즈를 구입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람들 심리다. 심지어 부지런한 소비자는 렌즈를 교체할 때도 이미 몇 군데 안경원을 발품 팔듯이 다니면서 가격을 취합•분석해 웬만큼은 가격을 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안경사는 “안경원에서 받는 렌즈 교체비와 착색료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꽤 많다”며 “이젠 착색 주문을 받는 것 자체가 싫다”고 토로했다.
 
안경렌즈를 착색하려면 안경원 자체적으로 작업실을 설치해 중탕식으로 착색하든가 아니면 안경렌즈 도매업체에 의뢰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보니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의욕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포구의 또 다른 한 안경사는 “어떤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컬러가 안 나오면 착색을 다시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심지어 고가의 선글라스를 조립하다 흠집이라도 생기면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사실상 착색작업의 특성상 수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해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는 이제‘애물덩어리’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를 무턱대고 돌려보낼 수 없는 이유는 이들 고객이 언젠가는 가망고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렌즈 교체•착색 시 정가 받는 환경 절실

지난 2008년 서울지부는 렌즈 교체와 피팅료 등의 요금을 명시한 ‘안경원 A/S표준화 가격료’라는 포스터를 제작•배포했던 적이 있다.
 
지부 차원의 홍보도 부족했지만, 안경사 스스로 소비자에게 ‘우리는 정상가보다 이만큼 고객님께 저렴하게 요금을 받습니다’라는 의도로 붙여놓은 것처럼 이 포스터를 안경원 홍보 게시물쯤으로 이용하면서 용두사미처럼 끝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안경사 개개인과 직접 대면을 하고 선글라스의 피팅료나 렌즈 교체비, 착색료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하나같이 정상가격을 받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는 하다.
 
비록 A/S요금을 올려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변 안경원이나 소비자 때문에 가격을 내려서 받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공인된 인증기관을 통해 책정된 요금을 무조건 따르게 해야 된다”며“앞으로는 피팅료나 렌즈 착색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받아야 안경원이 살아남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안경계 관계자는 “렌즈 교체료나 A/S비를 제대로 받아서 소비자 스스로 ‘선글라스는 안경원에서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고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는 구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화점의 판매원들이 선글라스를 팔면서 “피팅은 가까운 안경원에서 받으세요”라는 말을 못하도록 안경원 전체가 렌즈 교체료나 A/S 요금만큼은 정상가격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선글라스에 관한한 안경사는 이제 ‘닭 쫓던 강아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안경사들이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안경사의 업권을 지키기 위한 책임자들의 구체적이고 빠른 결단과 회원들의 단합이 요구되고 있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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