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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울리는 北안경, 안경원 고작 20곳
  • 정재훈 기자
  • 등록 2012-06-14 18: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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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교정원(안경사) 시력검사와 판매 병행… 안경렌즈 유통 원활치 못해 자기 도수 근사치 렌즈 사용
 
북한안경 실태 밀착 르포

북한에서는 안경을 어떻게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멸균’이라는 단어를 ‘균깡그리 죽이기’라고 할만큼 한민족이면서도 철저하게 이질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은 62년째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단일민족이면서도 멀고 먼 북한 사람들의 안경생활.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안경을 유통하고 있는 A라는 중간상인을 지난 5월 중국에서 만나 그 실상을 알아보았다.<편집자 주>

북한에서는 안경을 판매하는 사람을 ‘교정원 동무’라고 부른다. 이들 교정원은 안경의 판매와 시력검사를 병행한다. 시력검사는 안과의사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자동굴절검안기가 등장하면서 안경제작소(안경원)에서도 시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교정원들은 북한에서 경제적인 면으로 의사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의사는 주로 공산당 소속의 공무원 신분이라서 매월 급여를 받지만, 안경원의 교정원은 사기업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수입이 더 많다.
 
또한 교정원은 한국의 경우처럼 2년 과정의 전문학교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 형태의 보증서를 발급받아 근무하고 있다.

북한의 안경원은 전국에 약 20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13개 안경원이 평양에 밀집되어 있어서 그 외의 지역은 안경 조달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들 안경원의 70~80%가 시장터에서 간단하게 시력검사를 한 후 안경을 맞춰주고 있다. 특히 안경렌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안경 착용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시력과 근사치인 도수로 안경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주문도수의 경우에는 2달 이상이나 기다려야 하며 이마저도 중국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북한에서의 시생활은 그만큼 열악하고 불편하다. 물론 검안기는 북한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중국제 중고 검안기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주문렌즈 2달이상 소요, 안경 착용율 5~7%

현재 북한 인구의 안경 착용률은 5~7% 전후라고 A씨는 말했다.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병원 흉곽내과교수를 역임하다 87년에 귀순한 김만철 씨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학급당 40~50명 중 2~3명 정도만 안경을 착용한다고 증언한 것을 상기하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의 안경 착용 인구는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평양 인근에 안경렌즈 공장이 있지만 심한 전력난으로 생산량이나 품질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고 A씨는 말했다.

안경테 공장 역시 평양광학생산협동조합에서 안경기공사(또는 안경제작 봉사자) 일부가 근무하고 있지만 ‘고난의 행군’(95~96년)과 ‘사회주의 강행군’(97~98)을 거치면서 북한 경제가 혹심한 어려움에 빠져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북한의 안경산업은 자체 내의 생산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일본제가 적잖게 흘러들어 갔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일본과의 교역이 크게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 콘택트렌즈 생산은 전무하다.
 
콘택트렌즈의 모든 제품은 중국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평양이나 국경 인접 지역에 거주하는 극소수 착용자에 전달되고 있다.

A씨는 한국산 콘택트렌즈가 북한에 적잖게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제품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상인을 통해서인데, 특히 콘택트렌즈는 저가의 중국산이 다량 유입되고 있다.
 
A씨는 북한에 유입되는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의 화교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경의 유행 역시 아주 극소수만이 관심을 두고 있다. 안경테 소재의 구매 비율은 뿔테와 금속테가 50대 50 정도이고, 구입 안경의 대부분은 난시와 근시, 돋보기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선글라스는 70년대에 수정주의 물자니 양풍(서양식 풍습)이라며 백안시 되었지만, 80년대 들어 김정일이 인민들의 시력보호를 위해 색안경(선글라스)을 끼는 것도 괜찮다는 교시 이후 일반인의 사용이 늘어나기도 했다.

자급자족 불가능, 명맥만 유지

국내에 북한의 안경산업이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1993년 4월에 MBC의 ‘통일전망대’에서다. 국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이날 북한의 안경생산 시설과 안경원의 이용 안내 등이 짧게 나마 소개되었지만, 이 외에 북한 안경산업에 대한 자료는 국내에 전무하다.

현재 남북한의 안경 교류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콘택트렌즈와 안경테 등 시력보정 안경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북한은 중국을 오가는 중간상인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이제까지 안경으로 남북한이 민간교류를 했던 것은 3차례다.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일공공일안경 체인본부의 권철오 대표가 북한측 민족화해협력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평양안경상점 등을 방문해 안경과 돋보기, 옥습기 등 총 5억원 상당의 현물을 기증했다.

또 그 이듬해인 2003년에 시선안경의 장지문 대표가 대구에서 개최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530여명에게 1억원 상당의 선글라스를 대회조직위원회를 통해 전달한 것이 마지막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포화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안경 산업이 발전해 있는 반면, 북한은 안경의 거의 대부분을 보따리상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한민족인 남북한이 안경을 공유한 기간은 1945년 해방 이후 6.25전쟁 직전까지 5년에 불과하다.
 
안경에서도 분단의 장벽이 높게 드리워진 것이다.

시력은 사람이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의 80%를 차지할 만큼 인체에 가장 소중한 기관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상이 변하고 안경이 변하는 속에서 눈감고 귀 막으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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