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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용 선글라스 기승! 안경원 ‘한겨울’
  • 정재훈 기자
  • 등록 2012-07-30 17: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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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7월 중순까지 ‘1+1’ 사은용으로 150만장 무차별 증정… 국내 6개 홈쇼핑社, 12가지 브랜드 앞세워 전국에 집중 광고
TV홈쇼핑에서 선글라스를 공짜로 끼워주는 증정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기용 기저귀부터 헤어용품, 치아보험까지 제품을 판매하면서 선글라스가 ‘1+1’의 최고 아이템으로 불티나게 뿌려지고 있다.

심지어 A보험사는 상담 전화만 걸어도 선글라스를 공짜로 보내주고, D사는 보험에 가입하면 한꺼번에 선글라스 두 장을 무료 증정하고 있다.

선글라스가 어떤 이유로 한순간에 공짜 증정품으로 전락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이 몇년만 더 지속되면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질 지경이다.

한때 안경원의 연간 매출에 40% 가까이 차지했던 선글라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개구리 소년들처럼 판매가 실종되어 안경사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해마다 안경원에 선글라스를 납품하던 제조업체들도 내년부터는 아예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상담 전화만 해도 무료 증정하는 업체 등장

현재 선글라스의 무료 증정행사는 6개 TV홈쇼핑에서 매일같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만 구입해도 선글라스가 무료로 증정되고, 고객 끌어들이는데 극성맞기로 소문난 보험사들도 앞 다투며 발 벗고 뛰어들고 있다.

공산품이라는 굴레를 쓴 선글라스는 이제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돈 주고 구입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받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사은용 선글라스의 발주처와 공급처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대구 안경시장 골목의 한 생산업자는 ‘선글라스가 증정품으로 변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TV홈쇼핑과 선글라스 발주처 관계자들 역시 선글라스가 포함된 ‘1+1’ 행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헤어제품을 담당하는 홈쇼핑 영업부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사은품 없이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올 여름에 5회에 걸쳐 선글라스 사은품을 제공했는데, 반응이 좋아 현재까지 약 3만장 정도가 나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부터 홈쇼핑에서 사은용 선글라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한 판촉업체 담당자는 “국내 6개 TV홈쇼핑에서 선글라스가 총 12개의 브랜드로 7월 중순까지 소비자에게 150여만 장이 증정됐고,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에는 수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 번 방송할 때 대략 3천에서 1만장 정도가 사은품으로 나가기 때문에 150만장 정도는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은용 선글라스가 저가라서 품질이 조악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홈쇼핑은 저마다 QA팀을 운용하며 제품마다 기준에 맞게 심사를 거쳐 생각보다 품질이 양호한 편”이라며 “납품되는 제품 중 필요한 경우에는 방송 전에 품질 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에 따라 방송 유무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홈쇼핑 측은 검사 자료 이외에 별도로 상표권 출원증이나 상표 권리자로부터 브랜드 사용 승낙서를 받는다”며 “선글라스는 홈쇼핑社가 자외선 차단지수나 재질, KC마크를 확인하고, 어떤 홈쇼핑은 굴절률이나 도수까지 확인한다”고 전했다. 홈쇼핑에서 방송되는 사은품은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3단계 과정 거치며 선글라스 생산•납품

사은용 선글라스의 발주는 크게 세 가지 루트로 이뤄진다. 헤어용품 같은 판매회사, 사은품을 취급하는 판촉물업체, 그리고 업체의 요청에 따라 TV홈쇼핑社가 직접 발주하는 경우다.

발주처에 납품되는 사은용 선글라스의 대부분은 대구산(産)이다. 고글은 100% 중국산이고, 어쩌다 창고에 쌓여 있던 중국산 재고가 4~500원에 납품되기도 하지만 품질이 안 좋아서 대부분의 선글라스는 대구의 안경 골목시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은용 선글라스는 한 번에 보통 10~20만장 주문하고, 발주처로부터 직접 주문받는 곳은 일명 트레이딩 컴퍼니로써 상표권을 소유한 중견 공장들이다. 이들 트레이딩 컴퍼니는 홈쇼핑社 등으로부터 선글라스를 주문 받으면 직접 생산을 하지 않고 3~4곳의 소규모 생산업체에 의뢰한다.

그러면 이들 공장은 또다시 침산동 노원 5거리에 밀집해 있는 안경 골목시장에 재발주하는 3단계 과정을 거쳐 선글라스를 납품한다.

제품 생산 시 여러 공장을 거쳐 선글라스를 분산 생산하는 것은 납품 날짜나 주문 수량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골목시장 안경 제조업체는 적게는 1~2만장에서 많게는 4~5만장까지 주문을 받는데, 2~3명의 인원이 하루 24시간씩 철야 생산을 하고 있다. 잠도 안자면서 생산에 매달리는 이유는 한 계절만 고생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은용 선글라스의 납품가는 장당 4천원 정도다. 이 금액에서 트레이딩 컴퍼니가 1천원 안팎, 중간 제조업체가 세금을 제외하고 5~700원의 마진을 챙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목시장 공장은 재료대를 빼고 장당 3~500원의 마진을 남기는데, 월 1~2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2천원 남짓한 금액으로 선글라스를 만들고, 납품 대금은 현금 거래가 원칙이다.

취재 중에 만난 규모가 큰 안경테 생산업체의 한 책임자는 “사은용 선글라스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거절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가격대에 선글라스가 풀려나가면 대구 제조업체는 모두 죽게 된다”며 “최근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은용 선글라스를 주문받고 싶어 하는 제조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구에서 만든 사은용 선글라스는 연말까지 2~300백만 장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은용 선글라스로 안경원 매출 급속 하락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는 이미 잃어버린 자식 꼴이 되었다. 그래서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어느 안경원의 원장과 종사 안경사가 나누는 대화는 요즘 안경원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 선생, 앞으로 안경원은 뭘 해야 먹고 살겠나? 선글라스 한 장 팔기가 가뭄에 콩나듯 하고 있으니….”

“글쎄요. 안경테는 온라인에 뺏기고, 선글라스는 홈쇼핑에 뺏기고… 이젠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만 남았네요.”

“안경렌즈? 손님들한테 한번 압축하면 얼마, 두 번 압축하면 얼마라고 안경사들이 다 떠벌여 놨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콘택트도 안경원마다 공짜로 준다고 난리들이잖아.

온라인 금지시켜 놓으면 뭐해.
 
안경사가 다 죽이고 있는데.”

“안경원을 접을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더 골치지. 그동안 안경사들이 기득권이니 뭐니 하면서 제 발등 찍다가 이 꼴 난거야. 남들 탓할 것 하나 없어.”

“협회는 뭐하고 있대요? 사은품 선글라스도 해결하지 못하고…”

“협회인들 별 수 있겠어? 개나 소나 아무나 팔 수 있는 게 공산품인데.”

“홈쇼핑에 방송 자제 요청하면 덜 하잖아요. 렌즈에 문제 있다고 따지고요. 사은품 선글라스에 좋은 렌즈를 썼겠어요? 고작해야 DC렌즈나 썼겠죠.”

“안경원은 계속 늘어나지, 가격은 자꾸 내려가지, 세상은 온통 불경기라고 아우성이지… 앞으로 정말 보통 일이 아니야.”

“… 제가 생각해도 참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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