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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서울역 광장에 전국 안경업소가 일제(一齊)히 휴무한 가운데 89년 9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3천여 명의 안경사들과 안경학과 학생들도 참석해 대기업•거대자본의 안경업계 진출을 성토하고 특히 시호비전에 대한 규탄을 소리 높이 외치며 궐기했다.
89년 9월 28일, 서울 88체육관에 응집한 범안경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안경사관련법 개정요구 궐기대회의 성격과 이번 궐기대회의 취지는 많이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것이 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현 집행부 임원이라는 것이 크게 다르다. 89년에는 안경인협회라는 공식기구 밖에 안경인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임시기구가 주도한 점이 크게 다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규탄의 실질 대상은 시호비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호비전社 대표는 9대 안경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법정단체로 바뀐 안경사협회의 제3대 회장을 역임한 김태옥 씨로 알고 있다.
협회의 큰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그 능숙한 달변으로 모인 청중들에게 속내의 깊은 염원을 실어주는 단골의 축사자가, 어찌하여 갈채를 받던 분이 갑자기 탄핵의 대상이 되었는가 싶다.
조용히 감안해 보면, 법리(法理)로 따져 들어가면 안된다. 법리라는 것을 법률의 원리인 동시에 법안에 내재하고 있는 사리(事理)를 말한다고 치면 그는 벌써 일반 거래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이 법률적 위배행위가 아님을 사전에 간파한 후 실행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그는 생의 삶에서 법망을 교묘한 수단을 써 피해간다고 해서 쾌재를 부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상정(常情)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인간은 상식에 바탕을 둔 보편타당성 있는 양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상식이란 어떤한 시대에 사는 일반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총의(總意)를 말한다.
예(禮)는 천리(天理)의 대명사다. 동양사회 특히 유교문화권에서는 모든 질서와 법문의 기간이 예로 되어있다. 또한 선(善)은 윤리도덕의 본질을 이루는 가치를 뜻한다.
나아가 선은 윤리적 가치의 규범이기도 하다.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회구성원간의 약속이 바로 법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상대에게 좋지 않으면 그건 선의가 아니라 결국 선의는 빙의(憑依)다. 자기를 지우고 그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한 순간의 ‘파이팅’으로 끝날 계제가 아니다. 탐욕은 이기심이 지나쳐 파멸을 초래하는 행동쯤으로 정의된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을 넘는 욕심이 탐욕이다.
그 탐욕이 만사람이 욕을 먹는 몰염치꾼이 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염치 있는 인간이 그리운 때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다가서서 서둘러서도 안되고 조급하게 행동해서도 안된다는 것. 우리사회 공동체의 핵심적 문제를 해결할 비전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