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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업계란 안경업계를 말하는데 안경테, 렌즈, 콘택트렌즈 생산업체에서부터 최종 소비처인 각 안경원에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 도매업을 통틀어 안경업계라고 통칭한다.
84년도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안경광학과를 개설한 대구보건대를 비롯한 90년도 초반까지 열 한개 전문대학에서 안경광학과가 증설되었다.
안경광학 전문인 양성은 ‘학(學)’과 ‘산(産)’ 양면의 기량을 함께 배워야 할 계제(階梯)에 있다.
안경광학과는 안경에 관한 이론의 지식체계를 배우는 ‘학’을 중점을 두느냐? 아니면 전문인력을 양산하는 ‘산(産)’이냐? 본관이 칼럼형 세평 지면으로는 「서(序)•본(本)•결(結)」론으로는 총평을 논할 수 없고, 다만 산학의 운(韻)만 떼는 정도로 그치지 않을 수 없다.
90년대 초반 전국에 안경광학과가 열한 개뿐이던 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40개 중반을 상회하는 수가 되었다.
배우고 묻는 것-박학지(博學之)•심문지(審問之)- 처럼 일정한 이론에 따라 체계화된 지식이 학문이라면 학문과 기술 또는 예술이 학술이다. 안경광학은 후자인 학술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론과 실제가 함께 있어야 하고 예술성이 있어야 하는 기예(技藝)가 있기 때문이다.
선이론(先理論)•후매뉴얼은 어느 한 쪽만 알아서도 부족하고 한 편만 익혀도 형평이 안된다.
양가(兩價) 모두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예를 창출해내는 다쿠미(たくみ:장인)가 될 수 있고 올곧은 장인정신과 정교한 솜씨를 자랑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마에스트로(maestro:명인)라는 명예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론에 따르는 실제도 습득할 수 있고 가상을 대상으로 한 안경이고 도수 든 안경테지만 조립하고 가공한 안경을 저•중•고도 모두 끼워 넣는 실기도 익숙하게 거듭했다.
안경광학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마스터한 후 면허도 취득하고 졸업하여 군문에도 다녀왔다.
자동화된 기계와 첨단광학기기 작동 원리도 치밀하게 다룰 수 있었다.
다행히 취업도 수월케 되어 쇼케이스 유리판 위에 서서 첫 손님을 맞는다. 일선에 선 초조감이란 긴장의 고비가 초심자를 떨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반면에 잘 보이고 편하고 가벼워서 좋다며 인사하고 나가는 고객에게 뿌듯한 고마움과 감사를 드린다. 아니 어쩌면 자기를 향한 메아리일지 모른다.
전문업의 커리어는 그냥 세월이 쌓아주지 않는다. 아무리 기계화•자동화가 됐다하더라도 손끝으로 모아지는 집중력으로 정밀하게 자르고, 깎고, 닦는 연마하는 기술이 체화(體化)되었을 때 직능적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자부심은 내가 뭔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생길 때 일어난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일터에서 일하는 보람은 바로 사회적 입지와 연결된다.
이러한 사회적 존재감은 배우고 익히는 꾸준한 노력의 토대 위에 굳게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에서 ‘산’이 나오고 ‘산’에서 ‘학’이 나오는 이성적 고리에서 돌고 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