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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의 그늘… ‘알바 안경사’ 확산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3-05-30 17: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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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 불황과 주 40시간제 맞물리며 아르바이트 안경사 고용 증가… 안경사의 전문성 저하, 무자격자의 안경원 취업 부작용 예상
 
안경원 알바 안경사 고용 실태

최근 안경사를 아르바이트(알바)로 고용하는 안경원이 늘고 있다. 안경사 스스로 알바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안경원이 직원을 채용하는 대신에 알바 안경사를 늘리고 있다. 안경사와 관련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의 구인 구직란에도 정규 직원을 구하는 숫자와 비슷할 정도로 안경원의 알바 채용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 악화로 안경원 고용 시스템 변화
현재 알바를 구하고 있다는 경기도 일산 V안경원의 L원장은 “평균 3~4년차 안경사는 월 급료 200만원, 5년차 이상부터는 250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데 지금의 여건상 그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 정규 직원 대신에 알바를 고용키로 했다”며 “무엇보다 알바 안경사는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나 요일에만 근무시켜 인력 효율성이 높고 인건비도 절감되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에서 R안경원을 운영하는 E원장도 알바 안경사를 구하고 있었다. 그는 “정부에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직원 운용과 채용이 갈수록 어렵다”며 “알바는 시간당 6천원에 하루 9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등 채용조건을 따져보면 한 달간 식대를 포함해도 13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3년차 종사 안경사를 고용한다고 할 때 알바를 운용하면 매달 100만원 가까운 돈을 절약한다는 장점에 주변의 안경원도 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3년 전 경남의 한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안경사 면허를 취득한 K씨는 스스로 알바를 선택한 경우다. 현재 안경원에 알바로 근무하는 K씨는 졸업 후 1년 6개월가량 종사 안경사로 근무하다 줄곧 알바로 뛰고 있다. 수입은 줄었지만 안경원에 직원으로 취업하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니까 차라리 자신 같은 주부한테는 알바가 최선의 근무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 안경원에 알바가 늘어나는 것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40시간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의 안경원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주 40시간제가 아직 적용되지는 않지만, 근로자는 일주일에 40시간만 근무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갈수록 안경사 고용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장기간 계속되는 불경기에 시달리는 안경원 운영자 입장에서도 고객 방문이 많은 시간에 맞추어 인력을 배치하는, 불경기에 인력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알바를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고객 방문이 적은 오전 시간이나 일요일의 경우 굳이 정규 직원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알바 안경사는 시간적인 이유로 알바를 선택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알바에 나선 것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올해 34살의 L안경사는 “안경사 생활 6년차가 되니까 정규 직원으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 알바 자리를 구하고 있다”며 “근무 연차가 높을수록 원장뿐만 아니라 동료 안경사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놨다. 요즘의 안경원 처지에서 월 250~300만원을 받는 5년차 이상의 안경사들은 고액 연봉자라서 안경원 원장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저렴한 신입 안경사를 선호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러나 근무시간이나 저임금 등 낙후된 근무 여건으로 퇴사와 이직이 잦은 1~2년차 새내기 안경사도 알바 증가에 한몫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구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의 최계훈 교수는 “지난 5년간 해마다 1천 500명 정도씩 약 7천 500여 안경사가 배출됐어도 현장에서 안경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젊은 안경사들이 근무 여건이 열악한 안경원을 피하기 때문”이라며 “학교에서 취업을 시켜도 평균 60% 정도밖에 안경원에 근무하지 않고, 그나마 이들의 대부분도 6개월 이내에 이직해 알바의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경사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함으로써 자연히 알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장과 종사 안경사란 기존 안경원의 고용 프레임이 흐트러지면서 안경원을 보는 고객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건비를 절감하는 알바 운용이 현실적으로는 이득을 주지만, 그에 반해 안경원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명 ‘동네 장사, 단골 장사’란 장점을 가진 로컬 안경원에서 장기 근무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2~3개월 근무 후에 부담 없이 떠나는 알바를 채용하다보니 업무의 연속성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K안경원의 C원장은 “6개월 이상이란 조건을 걸고 알바를 뽑지만 대부분 두 달을 못 넘기고 관둬버려 그때마다 새로운 안경사를 구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특히 중장년층의 고객은 자신과 상담하던 선생님이 없으면 금세 안경원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나와 정직원 2명, 알바 2명 등 총 5명이 근무하다보니 정규 직원과 알바 안경사들이 서로 자기들끼리만 소통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안경원의 분위기도 좋지 않게 흐른다”고 덧붙였다.

안경사 전문성 강화에도 악영향
안경원 알바는 무자격자의 안경원 근무를 일반화시키는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안경사 구직 사이트 중의 하나인 L사이트에서는 안경원 알바를 ‘할 일도 별로 없고 일당은 높은 대박 알바’라는 체험담을 기재하고 있다. 블로거 ‘cook***’은 자신의 블로그에 ‘고객에게 어울리는 안경테를 찾아주자… …가끔 고가의 테를 찾는 고객이 있으니 브랜드를 외워 두면 편하다’고 무자격자로서 안경테 판매의 팁까지 올려놓았다. 해당 안경원의 관계자는 ‘검안과 안경조제 등은 안경사가 하고, 알바는 청소와 안경테 선택에 대한 조언 등 허드렛일을 한다. 따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적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24조 제3항은 ‘안경사의 면허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경의 조제 및 판매와 콘택트렌즈의 판매를 하게 한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개정 2011.4.28, 2011.11.22>.
안경테 선택에 대한 조언 역시 안경사 고유의 업무행위로써 안경사 무면허자를 알바로 고용하는 것은 등록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 알바 채용 시 안경사 면허증 소지 확인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대한안경사협회의 민훈홍 행정부회장은 “안경원에 알바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전문직인 안경사의 미래를 볼 때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라며 “최근 불경기 탓에 알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안경원 간의 과당경쟁이 없어져야 알바가 없어지고 예전의 안경원 고용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안경원에 불고 있는 알바 채용은 시대 흐름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현상일 뿐, 협회는 안경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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