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먼 옛날이야기지만 나의 사형(舍兄)이 ‘묻지 마라 갑자생’이었다. 일제 때 갑종1기로 빨간 딱지를 종전 5개월 전에 받고 북만주 쪽으로 징병에 소집되어 갔다가 해방 2개월 후 귀환했다. 천신만고 끝에 귀향은 했지만 동란 이후 어찌되었는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이산(離散)의 아픔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필자 역시 전선에서 생사의 고비를 숨차게 넘기고 후방인 김해에서 대전차 돌진을 막기 위해 흙구덩이를 파는 지뢰교육 훈련장에서 예기치 않던 폭발로 공중에 붕 떴다 떨어져 응급하게 마산 36육군병원 본원에 입원 후 온몸을 깁스로 가슴에서부터 무르팍까지 꽁꽁 묶인 채 돌아눕지도 못한 채 반듯하게 누워 있어야 했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닦고 밥 먹는 일뿐 그 밖에 모든 것은 남의 손에 의해 처리되어야 하는 중환자 신세였다. 요추 압박골절과 좌측 고관절 탈구된 것을 2차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후 만 1년 만에 겨우 운신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마음가짐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 육군병원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수도육군병원이 서울로 간 후 이름만 바뀐 것이 36육군병원이었다. 군의학교 앞 콘센트(미군 막사) 10여동이 중환자만 수용하는 본원이었다. 여기에서 정형외과 병동의 총서무계 일을 맡게 되면서 medical-care를 알게 되었다. 의학의 궁극적 목적은 예방에 있지 치료에 있지 않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 처방은 keep rest다. 열이 나니 해열제를 쓰는 건 대중요법일 뿐이다.
환자의 병상일지(경환자에 한해서)는 내가 썼다. 여기에 일반 건강상태 3가지가 있는데 식욕(Appetite), 수면(Sleeping), 배변(Stool)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좋다, 그렇지 않다(good, not so good)로 적어 넣는다. 이밖에도 체온과 함께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기본이 되는 것으로 맥박과 호흡, 혈압 등을 들 수 있다.
일제 시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보건체조라는 걸 눈비 올 때 외에는 아침마다 교정에서 했다. 맨 먼저가 머리를 전후좌우로 회전, 역회전하고 끝마무리에서는 양손을 옆으로 펴면서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마친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며, 건강한 육체는 정신의 객실이다’라고 했다. 최근 가천의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방한한 성누가국제병원의 히노하라 시게아키(100세) 이사장은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식사, 습관, 마음의 삼위일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흔하게 좋다, 나쁘다란 말을 속설로 삼고 있지만 안경사로서는 적확(的確)한 표현은 아니다. 정상과 굴절이상으로 써야 한다. 우리는 눈을 통해서 뇌로 물체를 의식한다. 눈의 모든 예방과 치료에는 시력의 보존 내지 회복에 목적이 있듯이 안경사도 굴절이상인에게 광학적으로 시력교정을 담당하는 안보건인이다. 욕망에 대한 충족률이 행복지수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차분히 지적, 이성적 사고에 의해 존재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