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안경사 직종에 대한 내용이 방영되는 것을 우연히 지켜보게 됐다. 출연 안경사들이 나름대로 안경사란 어떤 직업인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직종의 전문성과 사회적 위상을 충분히 알리는 데 핵심적인 기량(器量)이 빠져 있어 이에 보충하고자 한다.
직업은 사회적 위상을 확립시켜준다. 안경사라는 직종의 위상은 사회적으로 제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제자리를 잡기까지의 지난 역사적 상황을 돌아보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하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업소를 방문한 고객이 시력체크와 안경 구매를 원했을 때 일반적인 계제(階梯)의 순서를 요약하면, 손님에게 친절하게 하고 좋은 물건을 자유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업소의 가장 중요한 스텝이다. 안경사는 숙지된 이론과 숙달된 매뉴얼을 마스터한 장인이다. 승무(僧舞)와 청자(靑瓷)의 장인 기예와 별도로 렌즈 연마기술은 장인의 소질과 숙련 없이는 감히 들어설 수 없는 기능인이다.
장인은 정신이 올곧아야 한다. 도이시(砥石:숫돌)에 유리알을 댈 때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머물러 흐트러짐 없는 상태로 작업에 임하는 것이다. 오토머신(Auto-machine)화된 현대에 그런 쫀쫀한 솜씨는 흘러간 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 기량과 정신은 충분히 계승할 가치가 있다. 장인정신의 핵심은 성(誠)이기 때문이다.
안동 도산서원에 가본 일이 있는가! 깊숙한 곳에 전교당(典敎堂)이 있다. 이 교당의 이름이 한존재(閑存齋)다. 한존재는 주역에 한사존기성(閑邪存其誠)의 줄인 말이다. 삿됨을 ‘막고’ 성을 키운다는 뜻이다. 이때 한은 막는다는 뜻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형태의 지식을 우선 체계적으로 의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실하고 진실된 것은 하늘의 길이요, 거기에 가 닿으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라(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
동양 삼국 역사의 팩트를 살피다보면. 일본은 분명히 우리보다 앞서 서양의 문물을 소개해 준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본의 와세다 대학에서는 퇴계학(退溪學)이라는 학과가 있다. 이황(李滉) 선생은 주자학을 집대성한 대유학자로 이이(李珥)와 함께 유학계의 쌍벽을 이루었으며, 성(誠)을 기본으로 일생동안 경(敬)을 실천하고 면밀 침착히 연구한 대학자가 높이 든 내면의 혼(魂)은 성이었다.
성은 일본어로 ‘마코도’이며 우리보다 자주 쓰고 있다.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살아가는 것이 자존감을 이루는 것이다. 감사의 밭에서 자란 것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생성된다. 그 첫째가 자부심이다. 자부심은 나는 뭔가? 주어진 일은 차질 없이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능력이고,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걸어온 길에 대한 감사함이다. 쇠는 달궈졌을 때에 때려야 한다. 배움도 때가 있는 법, 놓치면 게을러지기 쉽다. 인생도 경영도 결단의 예술이다. 결단은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