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점상들 ① 철저한 정찰제 유지 ② 견본품 판매 금지 ③ 할인 판매 불가 원칙 고수… 안경사도 자존심 지키며 스스로의 가치 무너뜨리지 말아야
봄이 찾아왔지만 최근 벌어진 세월호 사태로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숙연한 봄을 지내고 있다.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시끌벅적했던 해외여행이나 수련회도 주춤하고, 개인들의 유흥문화도 확연하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저 가볍게 산책하듯 조용히 거리로 나와서 소소한 물건이나 구입하며 봄을 조심스럽게 느끼고 있는 눈치다.
필자는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의 도심을 지나면서 부쩍 늘어난 안경 노점상들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관찰하곤 한다.
그리고 길거리에 펼쳐놓은 열악한 매대에서 의외로 안경이 많이 팔려나가는 것을 목도한다.
노점상의 안경들은 특정 브랜드의 카피가 대부분이거나 브랜드가 없는 조악한 품질이지만, 길을 지나가는 국내 소비자나 관광객들은 나름 적극적으로 안경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와 거리를 함께 걷던 한 지인은 혼자말로 안경의 품질과 환경 등등을 지적하면서 당장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신고라도 할 정도로 분개했다. 필자도 지인의 분노에 일정부분 동의는 했지만, 노점상의 이러한 판매행태를 폄훼하기에는 한편으로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이들 노점상이 판매하는 안경류는 품질에 대한 검증이 없을뿐더러 안경으로써 당연히 갖춰야할 검안이나 피팅 등의 의료적 시스템 등이 동반되지 않는 공산품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노점상들은 3가지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 이들이 파는 안경은 정찰제이다. 물론 노점상 특유의 에누리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부러 구매해본 안경 노점상들은 책정해 놓은 가격 그대로 안경을 판매했다.
물론 가격대가 너무나 낮게 형성되기 때문에 에누리를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지만, 비닐봉지에 한 웅큼 더 넣어주는 재래시장 콩나물 장사가 아니듯 나름의 자존심을 가지고 물건을 판매했다.
둘째, 이들은 정가를 무너뜨리는 제살깎아먹기식의 세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은 고정된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비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세일은 하지 않았다.
우리 안경사들이 졸업시즌이나 신학기, 연말, 정기세일 등등의 세일도 모자라 억지로 정체불명의 세일까지 만들어 내는 것과는 다르다.
셋째, 비록 노점상이기는 하지만 진열해 놓은 물건을 그대로 건네주지 않고 반드시 새 물건을 건네줬다.
안경원이 유리 진열장에서 잘 관리한 안경이기는 하지만, 우리 안경사들은 소비자가 특별히 지적하지 않는 한 진열된 안경을 판매하는데 익숙해진 것과 다른 점이다.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거리의 안경 노점상마저도 나름의 원칙으로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위의 비교는 노점상과 우리 안경사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여러 환경 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 비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점상마저도 나름의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안경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한편으로 일부 안경사의 모습은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직(職)은 오직 생계만을 위한 삶을 말한다. 자신이 취급하는 아이템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업(業)은 생계 이전에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삶이면서 나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이윤 이전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나만의 이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익성을 갖은 일거리가 비로소 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안경사는 안경을 직업의 직으로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업으로써 살아야할까?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존심을 지키면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 안경사가 이들을 저급하다고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스스로가 이들보다 나은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