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산 안경렌즈 가격이 중국산 렌즈의 노골적 유입으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중굴절 렌즈에 국한되었다고는 해도 제조업체로부터 도매업체가 납품받는 단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안경원에 공급한다니 안경사 누구인들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관련 제조업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전에도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 중국산 렌즈의 저가격을 무기로 판매 확장에 나섰다 실패한 업자가 또다시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가격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은 구색이 다양해야 하는 국내 렌즈 시장 여건에서 충격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느긋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값으로 떨어진 국산렌즈 가격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렇다고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조업체 전체가 생산량을 줄이자는 것은 소(牛)도 웃을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타이어 메이커인 한국타이어는 2004년부터 출고 30개월 이상된 타이어를 전량 수거 폐기하고 있다. 작년까지 수거와 폐기에 드는 비용만 1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이 회사가 아무리 타이어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멀쩡한 타이어를 전량 폐기한다고 해도 자원 낭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자체 폐기로 얻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가격도 흔들림 없이 짱짱하게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 회사제품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샤넬이나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들도 2년 이내에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최종적으로 소수 VIP 고객에게 판매하고, 이 특별 판매에서도 팔리지 않는 제품은 회사의 회계사 등이 참관한 가운데 전량 소각 처리하여 제품의 인지도를 유지시키거나 더 높이고 있다.
▶국산 안경렌즈도 이 같은 폐기 정책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제조업체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펄쩍 뛰겠지만, 일명 C급 렌즈를 파기하는 냉정한 생산관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력보호 차원에서 좋고, 업체는 적정 수급을 통해 제값 받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안경렌즈는 시력저하인에게 살아서 꿈틀대는 생명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가격이 아니라 제품의 우수성으로 선택되어야 할 제품이다.
국산 안경렌즈의 만사(萬事)는 업체 간의 의지와 단합이 문제인데, 언제나 경쟁과 이기심에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