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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살길이다(7), 선글라스 고객이 몰리는 아울렛에 대한 단상
  • 라디오아이즈 이세현
  • 등록 2014-06-30 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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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아울렛에서 선글라스 매출 고공 행진… 안경원은 인테리어와 시스템의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 변화 모색해야
결혼한 남자들에게 있어 주말은 사실 썩 편안한 시간만은 아니다.

일주일간 육아로 고생한 안방마님을 앞세운 아이들은 아침부터 나들이를 가자고 아빠의 단잠을 방해한다. 이래저래 늦은 끼니를 대강 때운 후 특별히 예정된 스케줄이 없을 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온 가족을 대동하고 쇼핑에 나서는 것이다.

말이 쇼핑이지 일주간 이상 먹을거리나 생필품 따위를 냉장고에 재워놓기 위해 마트로 나서거나 안방마님의 성화에 못 이겨 아울렛에 나가보는 것이다. 옛날의 아울렛을 생각하고 흔쾌히 동의하는 척하면서 도착해 보면 요즘엔 그곳이 대기업에서 경쟁적으로 오픈하고 있는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인 경우가 많다.

아울렛(outlet)은 특정 상품들을 할인하여 파는 곳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에 태동하였고, IMF 불황의 혜택을 보면서 시장이 커지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L백화점, S백화점, H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 3사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프리미엄 아울렛이 도입되었다.

보통의 일반사람들에게 이제는 아울렛이라고 하면 교외에 위치한 명품 아울렛을 가리키는 것으로 굳어진 느낌이다.

최근 아울렛을 방문했던 필자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무수하게 팔려나가는 선글라스를 보고 말이다.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듯 이것저것 선글라스를 써보고 줄을 서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고심하면서 하나 살까말까 고심했을 법한데, 싸다는 생각에 무언가에 쫓기듯이 물건을 두서너 장씩 집어든다.

정확한 매출 규모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주말 한 지점에서만 발생되는 매출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마트와 아울렛은 그 소비패턴이 다르다. 마트가 다른 생필품을 사러 왔다가 계획에 없던 물건까지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곳이라면, 반대로 아울렛은 소비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갖고 찾아가는 곳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구입할만한 명품 브랜드를 건질 요량으로 전투준비(?)가 되어있다.

마트에서 산 물건을 인터넷에 올리고 득템했다고 자랑하지는 않지만 아울렛에서 구입한 물건은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두 곳 모두 선정적인 문구로 고객을 유도하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아무래도 할인 폭이 크고 명품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앞세우는 아울렛 쪽의 파괴력이 강하다.

최근 세월호 참사 여파로 범국가적인 추모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 안경원에서의 선글라스 매출이 전과 같지 않은 이유는 이 같은 아울렛의 등장과도 분명 연관이 있다.

국내 패션 아울렛 매출은 이미 10조원을 돌파했고, 빅3 유통사는 현재 15개(프리미엄 6개, 일반 9개점)의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를 좇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사람들까지 아울렛에 몰려들고 있다.

선글라스 역시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반 사람이 한 시즌에 서너 장 이상의 새로운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상당수의 수요는 이곳에서 해소될 것이다.

향후 아울렛은 더욱 더 커질 모양새다. 모 패션 전문지에 따르면 빅3 유통사에서 5년 내에 추가 출점이 확정된 곳이 10개점이고 올해에만 7개의 아울렛을 개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이들이 운영하는 아울렛만 50개점 가까운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백화점이 아닌 아울렛을 통해 매출을 증진시킬 것이고, 입점업체는 백화점 수수료보다 싼 아울렛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한동안 아울렛의 열풍은 지속될 테고 엄청난 물량의 선글라스가 지속적으로 팔려 나갈 것이다.

아울렛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안경원이 겪을 악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편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 명품 선글라스들의 시즌 세일행사는 여전히 건재하며,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구매(해외직구 포함)는 점점 확대돼 가고 있다.

거기다가 최근의 S.P.A. 기반의 국내 하우스브랜드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고 견고해질수록 전통적인 일반 안경원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반 소매점의 입장에서 이런 거대한 시대적 조류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사실 그 힘이 미약한 소매 안경원의 입장에선 이들 대형 유통업체 간의 파워싸움에서 특별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원래 강점으로 갖고 있던 옵티컬이나 렌즈 위주의 판매를 더욱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결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아이웨어 시장에서 선글라스의 비중은 과거와는 다르게 한 해의 살림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경원 입장에서 선글라스의 매출을 아예 포기할 수 없다면 안경원이 아닌 패션숍으로의 이미지 변신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이제 일반 소비자가 선글라스를 한 장을 사고 싶어서 늘 보던 편안한 동네 안경원에서 패션 아이템인 선글라스를 선뜻 구매할 확률은 극히 적어졌다.

주 소비층인 젊은이들은 나름의 기준에 걸맞은 다양한 구매 루트를 이미 체득하고 있으며, 아울렛 같은 거인들의 화려한 유혹은 점점 더 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일선 안경사는 매장 인테리어, 각종 시스템 같은 하드웨어적 변화 이전에 안경사로서 늘상 젓어 있던 관성을 내려놓고 과감히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행할 때 이들 거인들과의 싸움 속에서 최소한 반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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