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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과 원(怨)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4-07-15 15: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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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comedian)과 개그맨(gagman)의 차이는 대동소이할 뿐 익살스럽고 골계(滑稽)적인 것은 거의 비슷한 희극이다. 6~70년대 비실이 배삼룡과‘딱 잡아떼기’로 유명한 구봉서 두 분이 웃음을 선사했다. 구봉서 씨 왈,‘희극은 비극을 깔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어떤 문화평론가는 우리 국민은 한(恨)이 많은 국민이란다. ‘한’은 보통 쌓인다, 맺힌다, 서린다, 깊다와 같은 서술어와 함께 쓰인다. 이와 같은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한은 감정이 분출되지 않고 안으로 응고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은 과거에 관계된 어떤 일이 자각될 때 일어나는 감정이고, 원(怨)은 원인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되면서도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정황에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하였다. 한은 모두 후회의 요소를 포함한 것인데 단순한 후회와 정감, 즉 회한(悔恨)이라면 과거 또는 현재의 자기 행동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일어나는 자책과 한탄의 심정이 깊게 배여 있는 참한이라 할 수 있다.

원이 주로 타인을 향한 감정이라면 자괴나 자체 한탄은 그 원망의 감정이 자신을 향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라 하겠다. 한은 불행의 요소가 반복, 장기화되고 축적되는 특징이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한 체험은 응고된 감정의 응어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응어리진 것이 액화(液化)의 순간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은 비극적 요소의 반복, 장기화, 지속화, 비애감의 고착화, 누적성(累積性)의 복합성을 특징으로 하며 일순간의 응축된 감정의 액화 및 그에 따른 무아감을 내포하는 미유성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피지배층의 한은 ‘노세, 노세’와 같은 취락사상(聚落思想)으로 변질된 경향이 다분히 있다.

무더운 여름날 그래도 산간벽지의 자연 못 주변은 일고차가 있어 밤에는 시원한 게 상례다. 여름 밤낚시 낭만은 현장에서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더욱이 소쩍새, 머슴새, 휘파람새 소리는 시간 맞춰 운다. 두견새의 슬픈 내력은 차치하고 어릴 때부터 머슴 살다가 새경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난 머슴새의 한 서린 울음소리를 들으며 수면에 깔린 별빛을 낚아 올리는 태공(太公)의 무아경의 취적(取適)은 쌓인 한과 원이 순간에 날아간다.

우리나라 노랫말을 많이 지은 반야월 선생의‘단장(斷腸)의 미아리고개’가 있다. 철사줄로 꽁꽁 묶인 채로 끊기지 않는 차가운 쇠사슬에 묶여 가는 수인(囚人)들, 그래서 한 서린 미아리고개가 됐지 않나 싶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
-충무공 이순신

어떤 일이든지 긴장이 지나쳐 애가 끊기듯 타 들어가면 침이 마른다. 한소리 피리소리에 애를 끊기는 영웅 이순신 장군이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서 계시기에 우리는 한없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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