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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삼매경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4-10-16 13: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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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10월은 연중 상달(上達)이다.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이라서 책읽기에 좋은 등하가친(燈下可親)의 계절로 일컬어 왔다. ‘책을 국민이 읽게 만들자’는 독서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독서향상지수가 높아졌다는 보도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것은 독서운동의 계층적 상세한 내용을 담은 것이 없다는 것도 그 효용도를 높이는데 기여치 못했다는 이유로 상기해야 될 줄로 여긴다.

독서는 제일 먼저 ‘알아야 하겠다’는 강한 탐구심의 의지가 관심으로 나타나서 책을 구입해야 한다. 독자가 책을 사서 읽으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한다.

첫째 책값을 치를 돈이 있어야 하고, 둘째 책을 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셋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상당한 지력(知力)과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독서율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필자는 배경 지식 없이 50년대 중반, 알베르 카뮈의 「전락」을 손에 들었다.

앞을 못 보는 장님을 부축하여 횡단로를 편히 건너게 하며, 공동묘지에서 갖고 온 꽃다발인 줄 알면서도 길거리 노파의 꽃을 의심 없이 사주곤 하는 변호사는 ‘세느강에 빠져 어우적거리는…’ 여인을 못 본채 지나온 것에 가책을 느껴 점차 전락해 간다는 줄거리다.

자살하려고 물속에 뛰어내렸는지, 실수로 물에 빠졌는지 하여간 비명소리를 등 뒤로 날리고 온 변호사는 가끔 익사 전의 여인이 비명에 깜짝 놀라곤 한다. 무엇이 원인이 되어 전락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부작위(不作爲)’라는 법률용어를 몰라서였다. 부작위 죄는 인간 양심의 크나큰 죄인 것이다.

일석(一石) 이희승 선생은 한번 보고 그만둘 서책이면 한 번도 읽을 가치가 없다고 했다. 독서 삼매경에 들라면 람독(覽讀)•다독(多讀)•정독(精讀)의 순으로 들어가 나와야 한다.

삼매(三昧)란 신스크리트어 사마디(samadhi)를 음역한 것, 잡념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이 경지에서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된다.

나아가 삼매경(musement)은 세 가지 경험의 세계, 즉 관념의 세계, 맹목적인 현실의 세계, 그리고 기호의 세계 중에서 두 세계간의 어떤 연관성을 그 원인에 관해 정찰해 보면서 찾아가는 그 원인에 관해 성찰해보면서 쫓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또한 세 가지 세계 중 하나의 어떤 부분에 흠뻑 몰입되면서 수동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몰입은 곧 주의력 깊은 관찰의 상태로 전이되며, 관찰은 또 다시 골똘한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이 골똘한 생각은 자아와 자아가 서로 생생하게 주고받는 나눔의 과정으로 변한다. 독서는 관심에서 출발하여 재미에 빠져야 한다.

빈손에 책을 놓고 나니 어떤 책이 재미있는지, 내게 필요한 책인지처럼 잠 들 수가 없게 된다. 책을 읽는 재미에 다시 눈을 뜬 건 의지를 투여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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