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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독선의 차이
  • 본지 허선
  • 등록 2014-11-28 22: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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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유충인 자벌레는 원래 정해진 색깔이 없다. 먹는 음식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하기에 달렸다고 말할 때 자벌레를 종종 끌어다 쓴다. 윗사람의 그릇된 행동을 아랫사람이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것도 색깔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엊그제 안경사협회가 정기이사회를 열고 5백만원 이상인 사업은 공개 입찰한다는 정관 규정을 2천만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처음에는 5천만원 이상으로 정관 개정할 계획이었으나 눈치가 보였는지 2천만원으로 슬쩍 상정•의결해 내년 대의원총회에서 가부로 결정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협회에 공개 입찰금액을 굳이 5백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리려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5백만원으로도 처리하지 못할 사업이 없는데도 굳이 수십 년간 별 탈 없이 지켜온 정관을 바꾸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2천만원 미만 사업은 그야말로 집행부가 마음 먹은대로 떡 주무르듯이 쓸 수 있기에 묻는 말이다.

물론 집행부는 그동안 물가상승과 재화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대겠지만, 여느 협회들은 욕먹으면서까지 굳이 애써서 올리지 않고 있다.

안경사단체와 엇비슷한 의료기사 단체들도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커도 5백만원 이상인 사업은 공개 입찰로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협회가 이번에 개정하려는 공개 입찰 금액이 2천만원이 넘는 곳은 우리나라 그 어떤 단체를 찾아봐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공개 입찰 금액을 뜬금없이 2천만원으로 상향 개정하려는 태도는 이 집행부의 독선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21세기 인문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루스벨트와 히틀러는 전 세계적인 대공황기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세계사에 루스벨트는 미국과 세계를 살린 지도자로 칭송을 받는데 비해 히틀러는 최악의 독재자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리더가 어떤 시각과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보느냐에 따라 백성의 운명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公共) 개념을 사적인 것과 구별해 쓰는데 프로선수 급이다.

반면에 일본과 중국은 공공을 사적인 것과 동일시해서 사용한다. 미국 같은 나라는 아예 대학에서 리더십을 강의할 때 ‘권력은 봉사’라고 가르친다.

임기가 다한 집행부 임원들에게 뒤늦게 무한봉사나 공익성을 강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사심이 담긴 과욕은 화(禍)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올해 불거진 KISS 문제나 「안경사대관」에서 보았듯이 집행부 몇몇 임원이 그럴듯한 구실로 공개 입찰 금액을 슬그머니 올리면 훗날에 닥쳐올 부작용의 책임은 누가 떠맡을 것인가.

수명이 100일이 채 안남은 현 집행부가 말년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또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말도 안 되는 개정안에 찬성한 임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아무리 되새겨도 지금의 안경사협회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처리하는 비상식 집단,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다는 레임덕도 없는 철옹성 집단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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