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책임감 유무에 따라 복종심 달라지는 인간 심리… 전장에서는 죄의식 크게 줄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생체실험에 나섰던 일본 관동군 방역급수부는 일명 731부대를 말한다.
이 부대를 지휘한 사람은 이시이 시로(石井四 ) 중장으로 그는 평소에 고향인 일본 지바 현에서 작은 병원을 설립하는 것을 꿈꾸던 평범한 의학도였다.
그런데 천사 같은 마음을 가졌던 그가 어떻게 생체실험을 지휘하는 총책임자가 되었을까.
1936년도 미국의 심리학자 S.밀그램의 실험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이라는 칭송과 함께 가장 끔찍하고 위험한 실험이란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공포와 학습능력’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이 실험은 인간의 복종심에 대한 실험이었다.
실험은 두 명의 참가자 중 한 명은 방 밖에서 문제를 내는 질문자로, 다른 한 명은 방 안에서 답을 맞히는 응답자로 설정했다.
이때 문제의 답을 말하는 응답자는 사전에 밀그램이 고용한 사람으로서 방 밖에서 질문자가 문제를 내면 고용된 응답자는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일부러 틀린 답을 말했다.
이때 질문자는 방안 응답자의 답이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조금씩 직접 높이는 버튼을 누르게 했다. 물론, 전기충격은 가짜였고, 버튼을 누르는 질문자는 이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때마다 방안의 응답자는 스피커를 통해 가짜 비명소리를 내게 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문제를 내는 모든 질문자들은 ‘매우 위험’이란 경고가 표시된 곳까지 전기충격을 높였다. 진행자가 단지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말을 했을 뿐이었는데도 질문자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전기 충격 단계를 계속 올렸다.
그렇다면 문제를 내는 질문자들은 어떤 이유로 응답자의 위험을 알면서도 진행자의 말에 복종했던 것일까. 복종의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의 유무’때문이었다.
‘불상사가 생겨도 모든 책임은 실험 진행자가 질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질문자 모두는 전기 버튼의 단계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실험 진행자가‘전기충격으로 안에 있는 사람이 사고가 날 경우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을 때는 ‘매우 위험’까지 강도를 높인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실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이 주어지면 무조건 복종하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인간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일본 731부대의 만행은 어쩌면 이시이 시로 장군의 지시를 받은 현장 실험자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 죄의식 없이 진행되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