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를 세우는 시기다.
노인의 굽은 허리춤으로 시린 바람이 스치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의 산물이다. 분명한 것은 과거는 신(神)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인간에게 시간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들이 상호계기(相呼繼起)를 이루는 사고의 식순서에 의거해서 나타낸다고 본다. 시간은 흐르는 물 같고, 차고 스러지는 달(月) 같지만 주체에 따라 시간을 감각하는 내용도 달라진다고 본다.
금년은 을미(乙未) 양띠해이다. 양은 사람 징벌 대신했던 희생의 동물일 뿐만 아니라 온화함, 정의, 상서로움의 상징으로도 여기는 동물이다. 양의 가장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속죄양(贖罪羊)일 것이다. 99마리의 양을 두고 잃어버린 1마리 양을 찾아 헤맨다는 성서의 구절을 보면, 생명의 중요한 가치는 수(數)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해를 맞아 글로벌시대, 무한경쟁 앞에서 잠시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고 앞으로 가거나 썩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저 앞으로 달려만 가는 것은 야만과 착취의 시간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요즘 다행히도 인문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벼운 노하우나 지름길을 안내하는 수준의 입문서나 욕망과 허영을 쉽게 위로하고 달래는 비법으로써의 인문학이 아니라 언어로 본질을 투시하는 인간 중심으로의 가치의 대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정보가 명령하는 대로 몰려다니는 바보가 아니라 삶의 감동을 스스로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속도와 욕망의 시간에서 대전환해야 한다.
새해라는 이름으로 지금 우리 앞에 바로 그 절박한 가치의 시간이 눈부신 첫 날개를 펄치고 있다. 보내고 맞는 새해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2015년 새로운 한 해를 분노와 원망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출발하는 한 해가 잘 되길 바라는 건 참으로 과한 욕심이다.
분노의 대안은 고마움과 감사함이다. 공유할 수 있는 감사함에 대한 집단기억이 없다면 그 공동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함께 산다는 공동체적 전제가 사라지면 안 된다.
이렇게 착한 결심하자고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멀쩡하게 계속되는 시간의 흐름을 일 년 단위로 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이토록 결심할 이유가 없다.
금년에는 대한안경사협회의 중앙과 지방의 임원진 선거가 있는 해이다.
선출된 임원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수많은 전략과 전술 중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바둑에서는 하나의 정답 대신 정석(定石)이라는 게 있다.
나만이 정답이란 오만을 버려야 한다. ‘봉사’하다보면 중독이 된다. 이 중독성이 인성(人性)의 일부가 되어 다수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