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것으로 호들갑을 떨거나 생색내는 것을 꼬집을 때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을 쓴다.
철에 맞추어 인사를 한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 사자성어는 여름에 부채, 겨울에 달력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여름 화로에 겨울 부채라는 하로동선(夏爐冬扇)은 철에 맞지 않고 격식에도 어울리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본지가 창간 5주년을 맞았다. 고작 5년에 불과한 이력이라 생색낼 연륜도 아니고, 자랑삼으려고 내세우는 말이 아니다.
그저 하선동력이라는 말처럼 본지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말하는 것뿐이다.
더구나 본지가 창간 5주년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다가올 5년 후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맞이해야 할 5년이 결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산업이 잘 돌아가려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야 성과가 나온다. 그러나 안경산업은 제조나 수출과 유통 어느 한 구석도 만만한 곳이 없다.
온라인과 백화점에 시장을 빼앗긴 안경원 앞에는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해외직구가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고, 서로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도 안경계 곳곳은 출혈경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까지 안경업계에 규제개혁을 들이대고 빈틈을 찾고 있다.
안경사를 떠받쳐야할 협회는 어떤가. 때마침 협회장 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편 가르기가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집에 갇혀 목소리만 커지고,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수장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시도지부 총회가 열리는 화합의 장소, 단결을 호소해야 할 장소에서 빼놓지 않고 ‘음해세력’ 때문에 협회가 고초를 겪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경사 회원들의 미래를 논의해야 할 자리가 엉뚱한 변명과 책임전가의 자리로 퇴색되고 있다.
본지도 마찬가지지만 세상은 지나간 5년보다 다가올 5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현재가 과거에 얽매이면 퇴보하기 마련이다. 발전을 이루려면 ‘실패’와 ‘변화’를 솔직히 인정하고 공정한 룰과 경쟁에 의해 상생의 길로 가야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실패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안경업계가 문제는 덮어두고 앞을 향해 달리는 데는 익숙하지만, 경쟁의 폐해나 실패의 교훈을 거울삼아 개선시키는 데는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간의 문제와 악습을 깨버리는 개혁과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지난해처럼 턱없이 떨어진 매출이 5년만 계속되면 안경산업은 물 건너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사막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 지혜가 필요했던 것처럼 본지는 물론 안경업계도 앞으로 맞이할 5년은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이 꿈틀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가 5년 후를 장담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