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행(順行)이 새삼 신기하다. 세찬 한파가 물러나니 어김없이 따스한 봄이 다가선다. 수십 번 순행을 보면서 새삼 신기한 것은 자연의 이치가 갈수록 무서워서다. 선현들은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면 화(禍)를 입는다고 했다.
사실 ‘철부지’라는 말은 철(계절)을 모르는 부지(不知), 즉 철을 모른다는 뜻이다. 더운 여름에 털옷을 입거나, 겨울에 반팔 옷을 입으면 철부지인 셈이다. 철을 알고 있다는 말은 사계절의 순환에 잘 맞추어 산다는 뜻이다.
오는 21일은 24절기의 4번째인 춘분(春分)이다. 태양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는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져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날이다.
추분도 이와 같다. 동양에서는 이 춘분과 추분에 판단을 내리면 정확하다고 했다. 음과 양의 길이가 같아서 균형을 이룬다는 이유에서다. 균형이 잡혔다는 것은 공사(公私)가 분명하고, 엄정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때를 맞추듯이 새봄이 다가오는 이때에 안경사 16개 시도지부가 진용을 갖추었다. 중앙회 협회장까지 선출되어 새로운 3년이 시작되었다. 계절도 봄빛 천지여서 마치 안경사에게 화답하는 것 같아 기대가 더 커진다.
우선 새 집행부에게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회무에 임할 때 매사 긍정의 사고로 임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새 집행부에 ‘긍정적 사고’를 주문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3년이 안경업계가 계속 침체될지 아니면 벗어날지를 가름할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안경의 객단가는 해마다 떨어지고, 안경계의 백년 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안경광학과는 3~4개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원 미달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을 정도로 암초가 널려 있는 곳이 안경업계다.
단어의 말장난 같겠지만 ‘빚’에 점 하나 찍으면 ‘빛’이 된다. 영어로 불가능하다는 뜻인 ‘Impossible’도 점 하나를 바꾸면 나는 할 수 있다는 뜻의 ‘I’m possible’이 된다. 꿈이 어느 곳에도 없다는 ‘Dream is nowhere’도 띄어쓰기를 달리하면 ‘Dream is now here’, 즉 꿈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뜻이 된다.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할 이유다.
안경원은 이제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가격할인에서 벗어나 객단가를 정당하게 올리고, 새로운 먹거리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안경테의 의료기기화나 안경사단독법에 힘을 쏟는 대신에 안경원의 먹거리를 찾는데 올인해야 한다.
이런 침체가 앞으로 3년 정도 더 지속되면 지탱할 안경원이 별로 없다. 법보다 먹고 사는게 먼저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않으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지금 이 시기에 안경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을 총동원하고 역량을 쏟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경사의 손바닥을 거의 떠난 선글라스나 안경테를 다시 찾아오지 못하면 안경원은 희망이 없다.
철저하게 따지고 실천해서 되찾아야 한다. 여기에 집행부나 원장이나 종사자가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 위기의 시기에 소리(小利)를 탐하는 회원이 있다면 영원히 죽을 것이고, 대의(大義)를 위해 개인을 던지면 앞길을 개척할 수 있다.
안경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