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를 물려주고 생존해 있는 전대(前代)의 임금을 높여 부를 때 상왕(上王)이라고 한다.
다만 아무리 아버지가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준 부자(父子) 관계라도 같은 시대에는 두 명의 왕을 두지 않았다. 한 나라 왕조의 권력과 국론이 양분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땅에서도 두 명의 왕이 있을 수 없다는(天無二日 土無二王) 뜻에서다.
조선 왕조 500년의 1대 태조부터 27대 순종까지 살펴봐도 한 시대에 상왕을 따로 둔 경우는 태조(太祖), 정종(定宗), 태종(太宗), 단종(端宗), 고종(高宗) 다섯 분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대체로 정치적 혼란기에 빠져있을 때였다. 태조와 정종은 태종이라는 강자에게 왕권을 빼앗기다시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상왕이 되었고, 단종은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 당했으며, 고종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양위되어 상왕이 되었다. 다만 태종은 자신의 후계자인 세종에게 정치 경험을 쌓도록 스스로 4년간 상왕으로 후견인 역할을 했다.
지금 안경사협회는 19대 협회장이 취임한 후 보수교육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회원들 역시 새 회장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고, 집행부 역시도 여러 사업과 현안들의 척결을 위해 의욕적으로 회무에 임하고 있다.
그런 19대 집행부가 지난 3월에 개최된 상임이사회에서 느닷없이 전임 이정배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위촉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며 회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성경책 신약에 나오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것과 정반대의 안건을 처리함으로써 우려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새 집행부가 명예회장제를 의결한 근본 취지를 납득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안경사협회에서 유일하게 연임한 회장이면서 또 안경사단독법의 제정 작업을 처음부터 진두지휘하던 리더로서 그의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빌리겠다는 집행부의 의중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많은 회원들은 안경사협회가 그동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명예회장제를 만들어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올리는 옥상옥(屋上屋)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례처럼 퇴임한 회장에게 주어지는 고문 직책으로도 안경사단독법의 제정을 충분히 지원쪾협조할 수 있는데 굳이 명예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어야 법안 제정에 앞장서겠냐는 생각에서다. 더구나 안경인협회가 1976년 5월에 설립된 이후 큰 족적을 남긴 회장들이 많았어도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안경계 일각에서는 협회에 명예회장직을 만든 것을 놓고 현 김영필 회장이 지난 6년간 전임 회장을 그림자 보필한 전력을 들어 18대의 연장 집행부로 보고 있다.
또 많은 회원들은 김영필 현 회장이 자신의 당선에 공헌한데 대한 보은 차원에서 이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왕조시대에 대왕대비가 나이어린 임금을 수렴청정(垂簾聽政)하는 것이 연상된다고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