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과 기일제(忌日祭), 일주기(一週期) 이른바 삼대상(三大詳)은 관(官), 민(民)에게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초상(初喪)은 장례식장에서 대신하고, 소상(小詳), 대상(大詳)은 삼계육통(三界六通)에서 누리는 후생안락(後生安樂)을 위하여 독경공양(讀經供養)으로 사자(死者)의 명복(冥福)을 비는 의식으로 사십구재(四十九齋)라는 이름으로 약식(略式)으로 탈상(脫喪)하는 게 근간의 추세이다.

그런데 기일은 사람이 죽은 날을 말하는데 기일제는 지방마다 다르다. 필자의 고향인 평안도지방에서는 기일제를 삼대상을 치른 후부터 시작하는데, 작고한 날이 아니라 하루 전날 즉 생전(生前) 날에 모시고 있는 것이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제사에 대한 공통된 인식은 산자와 죽은 자의 관계성이다. 즉 조부모나 부모, 형제냐의 생전의 관계성의 연장이다. 그것은 결코 미신도 아니고 우상숭배도 아니다. 지구상에서 문명인이건 미개인이건 문화의 우열은 없는 것이다. 종교의 문화 제국주의적인 독단에서 빚어진 갈등과 배타(排他)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설하고, 본론에 들어가 일주기란 사망한 다음 해의 같은 달, 같은 날에 지내는 제사를 일주기라고 한다. 그러므로 1주년은 사망한 지 한 돌을 맞는 해이다. 고 석정(石晶) 강중화(姜中華) 안경인협회 초대회장은 1980년 4월 4일 서거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금년은 분명히 34주기년인 것이다. 돌아가신 해(장례)를 1주년으로 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난 2월 23일 새로 피선된 협회 회장단 일행이 강중화 회장의 34주년 기일에 때맞추어 묘소를 추모참배를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하순경 협회장의 막중한 임무를 맡은 김영필 회장은 3년 전 이정배 협회장과 동행하여 석정 묘소를 추모 참배한 바 있다. 스승의 날, 이때 이 회장은 꼭 ‘기일’에 맞추어 참배의 의미보다 스승으로서의 석정 선생을 추모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 뜻 깊은 새김으로 남아 있게 했다.

돌과 수정은 안경의 핵심인 알(lens)인 것이다. 석정은 돌(경주 남석)과 수정(투명체)을 말하므로 아호(雅號)로 삼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한안경인협회 초대 때부터 3대까지 연임하시다 서거하신 석정은 평남 강서군 초리면 강전리 75번지에서 1907년 12월 4일생으로 태어나셨다.

그리고 1920년 13세 시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아사히(旭日志學工業社)에 입사하여 안경렌즈 연마기술을 배우고 연마하여 10년이 되던 해 귀국, 1930년 평양시 수복리에 동양당 안경원을 세워 렌즈연마공장을 하다가 6.25 피난 시 남하해 부산에 도착, 광명당 안경원을 개설한 후 일본이 면밀한 공식에 의거해서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 도제식(徒弟式) 안경렌즈 연마기술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기 시작, 손끝에 온 정신이 집중되는 장인기술을 가르쳤다.

안경인은 기술뿐만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까지 무장해야 된다는 올곧은 심성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소중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