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0월이 상달(上月)이라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꽃이 피는 것도 좋지만 녹음이 꽃보다 좋다(錄陰勝春花). 걸어야 어울리는 흙길로 조심스런 발자국을 옮기며 여린 나뭇잎 사이로 부스스하게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은 옛 누이처럼 살가워 좋다. 사계는 분명 바뀌기도 하고 또한 바뀌지 않기도 한다. 춘하추동은 바뀌지만(易) 때맞춰 오가는 것 또한 변함(不易)이 없지 않은가….
규제력을 상실한 전통 윤리교범을 대신할 새 윤리 창출이 시급하다. 가변적인 것과 불변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윤리에서 가변적인 것은 시대상황에 맞추어 변화시키고, 인간성 내부원리인 불변적인 것을 제고(提高)하는 새로운 윤리학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가치를 인간욕구의 만족감을 기준으로 해 그것을 질적으로 구별, 최저 가치부터 절대적 가치까지 5단계로 나누어 보면 1.감각 가치 2.생명 가치 3.심적 가치 4.정신적 가치 5.종교적 가치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감각적 가치와 생명 가치에만 관심이 사로잡혀 종교적 가치나 이념적 가치는 물론 정신적 가치를 상실 또는 망각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가치, 즉 후기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정신•지식•개인성•창의성이다. 공동체 의식•개방성•장기 안목•통합적 사고다. 물질적 풍요•전문성의 고도화와 지식의 구체화•탈대중화•개인과 지식의 중요성의 증대, 위성문명시대라는 후기 산업사회의 특성에서 추출한 것이다.
그런데 딴에는 심사숙고한 추론인데 반해 일별(一瞥)의 눈길조차 갈 수 없는 미래 예언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예언을 하지 말라. 특히 미래에 대해서, 예언할 때 구체적인 것은 위험하다. 예외가 있음을 알라.’ 미래학자 사무엘 골드윈의 말이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Preparing for the 21century」에서(Paul Kennedy 씨의 말 중에서) 미래사회는 일회용사회, 장소의 중요성 감퇴, 새로운 유목민 탄생, 인간관계의 지속기간 단축, 위계질서의 붕괴, 둘 이상의 생물학적 부모 소유, 태아 매매 등의 사회라고 보고 있다(「future shock」에서 Alvin Toffler의 말).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앞으로 다가올 한국사회의 현상은 물량의 우상화, 무역의 블록화, 정치의 세계화, 산업의 고도화, 기술의 경쟁화, 과학의 선진화, 교육의 전문화, 문화의 향유화, 레저의 향락화, 윤리의 타락화, 통일의식의 성숙화, 세계 선교의 탈 서구화인데, 이 같은 현상의 특징은 첫째 격변화 현상, 둘째 장밋빛 미래, 셋째 종말론적 현실 등이다.
이처럼 갈피를 잡는 수 없는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정신을 차리고 기(氣)를 살리는 것이다. 군에 가면 ‘차렷’을 하란다. ‘정신 차리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기오즈케(氣おずけ), ‘기를 붙이자’는 뜻이다.
마음이란 뇌에 맞춰진 인지적 감정들로 구성된 복잡한 체계이다.
육체의 판단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