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에게 위급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협회장의 한 마디 말은 평상시와 다르게 천근 무게가 된다.
긴박한 상황에서 협회장의 말 한 마디가 회원들의 얼굴을 활짝 피게도 만들고, 깊은 주름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안협 김영필 회장이 최근 안경사단독법에 대해 서로 상반된 발언으로 회원 안경사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하나는 시도지부장 간담회에서 ‘단독법 제정 성공률이 0%’라고 말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카톡을 통해 전국 임원들에게 ‘단독법의 제정을 위해 협회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한 길 안 되는 사람 속을 알 수가 없다지만, 그동안 성공 제정을 줄기차게 장담하던 김 회장이 무슨 이유로 단독법 성공률이 0%라고 말했는지 회원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협회장의 말 한 마디가 회원에게는 선언인 동시에 약속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9가지 장비가 시행규칙에서 삭제되는 위기 상황에서 김 회장의 엇갈리는 발언에 일일이 시비할 의사가 없다. 지금 이 시기는 김 회장의 의중을 살필 여유가 없을 뿐더러 안경사들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어떻게 확실하고 빠르게 끄느냐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대안협 집행부가 장비를 뺀 시행규칙의 개정을 보는 시각도 이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협회 집행부는 한쪽에서 시행규칙의 상위법인 의료기사법에 들어 있는 ‘장비’ 자구만 지키면 시행규칙에서 장비가 빠져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안경사단독법만 통과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말의 성찬만 늘어놓고 있다. 안경원을 개설할 때 갖추어야할 장비가 빠짐으로써 업권이 위축될 것이 분명하고, 안경사 업무범위가 예전보다 축소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현란한 립서비스만 해대니 회원들은 답답하다.
협회 집행부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안경사들은 안경사단독법이 결국 안경원에서 장비를 삭제시킨 동인(動因)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업계에 떠도는 소문처럼 복지부가 대안협를 향해 ‘단독법은 그만두고 지금 갖고 있는 것이나 잘 지키라’는 말을 던진 것이 사실이라면 <안경사단독법 추진 =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등식은 억지 공식이 아니다.
축구경기에서 감독이 선수에게 내리는 사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선수, 안경사를 관리하는 복지부가 내리는 사인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집행부는 게임을 망치기 마련이다.
더구나 개인 회사도 아닌 단체에서 아무리 명분이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회원의 업권을 손상시키고 혼란을 야기 시키면서까지 옹고집을 부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대안협 집행부는 이제 안경사단독법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 복지위원회 곳곳에서 안경사 업무와 관련한 개정안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의하는 것은 안경사단독법을 포기하라는 사인으로 봐야 한다.
고집이 지나쳐 옹고집이 되면 철없는 어린아이까지 피하는 게 세상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