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봄의 의미는 두 가지, 사계 가운데 첫째로 씨 뿌리고 경작해야 하는 농사의 시작인데 여기에 ‘가난’이 따라붙어 오는 춘궁기(春窮期)가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소생하듯이 지난해 늦가을에 심었던 보리도 파릇파릇 생명을 대지 위로 고개를 내민다. 5~6월 무렵 보리이삭이 필 때면 종다리가 이랑 속에 집을 지어 알을 낳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삐쭉, 삐쭉’노래를 부른다.
다른 데로 이동치 않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제자리를 지키다가 직강하(直降下) 할 때, 고랑에 엎드려 있던 새잡이가 종다리 낙하지점을 찾아가면 서너 개의 알이 둥지에 담겨져 있는 것을 확인, 부화일(孵化日)을 예측하고 몇 군데 더 살피고 돌아간다.
집어망(集魚網)이나 파리통을 물속에 넣으면 잡어새끼가 잡힌다. 다듬을 필요 없이 물고기를 쪄 비늘만 제거한 후 개어 콩알만 하게 만들어 둥지 속에서 눈도 뜨지 않은 채 짹짹거리는 새끼 종다리 입에 넣어주면 용케도 받아먹는다. 눈을 떠도 사람이 모이(먹이)를 잘 받아먹는다.
때가 되면 모이 달라고 조르면서 운(鳴)다. 애완조(愛玩鳥)-점방주인이 종달이-울음소리를 내는 내력(來歷)을 술회한 것이다. 십자매, 사람 말을 흉내 내는 구관조(九官鳥) 등 새집에 가면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새들의 울음소리가 있다.
농촌태생이다 보니 날짐승과 어릴 때부터 접할 일이 많았다. 가금류(家禽類)나 다름없는 까마귀, 까치, 참새, 등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병아리를 물고 가는 까마귀의 도둑행위 말고 그 울음소리가 불길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까치는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전달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낯선 사람이 동네에 오면 이 동네 저 동네로 날아가며 깩깩 거리며 알려준다.
새소리는 우리 인간이 새겨들을 탓이지 그들(새)이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낚시를 20여년간 하면서 칼럼을 써 왔다. 민물낚시일 경우 밤낚시가 알짜다.
이유는 덤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새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새는 소쩍새다. 두견(杜鵑)이라고도 하고 자규(子規)라고 불리우는 새는 시간마다 조금씩 음정이 다르게 들린다.
부엉이 소리는 스산하게 들리고, 오래토록 어려서부터 일했는데 새경 한 푼 못 받고 우는 머슴새의 한(恨)스런 소리, 밤낚시에서 듣는 새들의 교향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리밭과 종다리에 따라 붙는 게 보리밭 가곡이다.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으로 된 문정선인가 하는 가수가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라는 마지막 절이 birrate 없이 곧게 뻗어 날리는 곡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종달새는 노고지리라고도 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이제 김해 들판에는 푸른 보리밭이 없다.
따라서 종달새도 하늘 높이 날지 않는다.
소득을 바라지 않는 ‘농심’이 그립다.